[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승인하고 있는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잔액이 최초인가 2년 반 만에 16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빠른 확장세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과 함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의 진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 발행어음 잔액이 1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 발행어음 잔액은 총 16조 579억원을 기록해 작년 말 12조 8922억원 대비 24.6%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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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말한다. 인가를 받은 회사들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국내에서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3개사다. 세 곳 중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8조 2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4조 4829억원, KB증권은 3조 3750억원을 기록했다.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려 4조원이 넘는 발행어음이 발행된 원인으로는 더욱 낮아진 금리의 영향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 수준으로 떨어트리면서 발행어음의 매력이 재부각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은행예금으로는 ‘실종’된지 오래인 연 3~5% 예금금리가 특판 마케팅과 함께 제공되곤 한다. 당장 이번 달에도 한국투자증권이 연 5%의 특판 이벤트를 전개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를 통한 계좌 개설 고객에게 연 4.5%(세전)의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KB증권의 경우 기본 발행어음의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은 연 1.9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단기금융업 진입 여부가 최근 업계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1월 발행어음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바 있지만 금융당국은 공정위의 미래에셋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근거로 2년 넘게 심사를 보류해왔다.
이날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미래에셋대우가 단기금융업에 진출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전원회의에서 낮은 수위의 제재가 결정될 경우 발행어음사업과 종합투자계좌사업(IMA)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합투자계좌는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 한도에 제한이 없으며, 현행법상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만 인가가 나기 때문에 현 시점에는 미래에셋대우만이 진출 가능한 영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7년 신청 시점부터 이미 내부적인 준비는 마친 상태”라면서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유동성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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