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아 마련한 1억여원을 쓰레기통에 버린 50대 남성의 황당한 행동에 경찰이 나서 찾아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돈 일부를 불에 태우기도 했다.

   
▲ /자료사진=뉴시스

29일 오후 12시21분께 서울 도봉구 A은행의 청원경찰이 "어떤 남자가 돈과 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경찰은 이 남성이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389만원을 뽑자마자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은 은행의 협조를 구해 이 남성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연락했다. 이날 오후 3시께 경찰은 김모씨(52)로 밝혀진 이 남성에게 버려진 돈을 인계하고 주의를 준 뒤 도봉1파출소로 들어왔다.

1시간가량 지난 뒤 '돈'과 관련된 112 신고가 다시 접수됐다. 하수관에서 만원짜리 돈이 불에 타고 있어 소화기로 껐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한 50대 남자가 라이터로 돈을 태우는 것을 발견하고 "돈을 왜 태우느냐"고 말리자 그대로 돈을 하수구에 버리고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100만원권 3장은 모두 불에 타고 5만원권 2장은 80% 가량 탔다. 1만원권 31장은 절반이 불에 타고 48매는 다행히 온전한 상태였다.

현금 액수와 인상착의 등을 바탕으로 경찰은 지폐를 태운 사람이 김씨라고 직감, 김씨가 사는 서울 도봉2동의 한 고시원을 찾았다.

그는 "내가 돈을 불에 태운 것이 맞다"고 순순히 인정했지만 왜 돈을 버리고 불에 태웠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씨의 이상한 행동에 경찰은 이 남성의 동생에게 연락해 사정을 물었다. 김씨의 동생은 "형이 5년여 전부터 정신분열증 질환을 앓아 약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동생에게 현금을 모두 넘겼다.

이후에도 김씨는 돈을 버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께 김씨의 동생이 "형이 또 다른 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했는데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은행에서 수표 1억6000만원이 인출됐음을 확인한 경찰은 김씨의 고시원을 다시 찾았다. 김씨는 이번에도 은행 주변에 돈을 버렸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은행 주변을 30여분 동안 수색한 끝에 근처 하수구에서 1억원권 수표 1장, 은행 안에 있던 쓰레기통에서 6000만원권 수표 1장을 찾아냈다.

문경재 도봉1파출소장은 "요즘 같은 세상에 돈이 싫어서 현금다발을 휴지통에 넣었다니 분명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찰 생활 36년 하는 동안 신문지에 돈을 싸서 버리는 사람은 봤어도 이 많은 돈을 불에 태운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김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 몰랐다. 한국은행에 문의한 결과 지폐를 태웠다고 형사 처벌을 받는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류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