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4곳·경기 부천 1곳·경북 185곳 등 유·초·중·고교 200곳, 등교 재연기…마스크·에어컨 지침 미확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27일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 등 237만명 학생들의 등교 수업을 하루 앞두고 저학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오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장 이날 오후까지 등교일을 조정하거나 원격 온라인수업으로 전환해 등교를 연기한 학교는 서울 14곳·경기 부천 1곳·경북 185곳 등 유·초·중·고교 200곳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집단감염 사태가 이날 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잇따라 번지고 어린이괴질(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사례 또한 2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이럴바엔 등교개학을 잠정 연기하든가 8~9월 가을학기 등교개학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Y씨(37·인천 연수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 케어에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천만한 집단감염 가능성이 큰 학교에 어떻게 보내나 싶다"며 "학교 차원의 방역조치가 완벽하더라도 이태원발 코로나가 이미 6~7차 감염까지 간 이상 무증상 확진자도 그렇고 바로 옆 급우나 선생님이 걸리지 말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지난 몇달간 계속해서 집에서 아이들이 원격으로 온라인수업을 해왔는데, 몇달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지금과 같이 내가 사는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굳이 정부가 등교 개학을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정부는 저학년 등교개학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까지 학교의 마스크 착용 및 에어컨 사용 지침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학생들의 마스크 지침과 에어컨 지침 등을 포함한 생활방역 전반 지침 개정 문제를 내일(27일)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처음 31개 세부 지침을 만들 때도 발표와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각 관련시설과 지자체에 시달됐다. 내일도 동일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침은 발표 즉시 각 학교 현장에 적용될 전망이다.

일선 교사 등 현장 목소리는 심상치 않다.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K씨(40)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교육부든 정부든 코로나와 관련해 일 처리는 항상 이렇다"며 "공문이 뉴스보다 너무 늦게 발송되어 매번 교사들 사이에 대혼란을 일으킬 뿐더러 아이들이 등교하는 당일 아침에야 지침을 발표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이건 누구나 혀를 끌끌 차는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릴수록 마스크를 실내에서 항상 착용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지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00여개 학교가 내일 등교개학을 또 연기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6차례나 재차 연기하는 셈"이라며 "2주씩 찔끔찔끔 상황을 보아가며 연기하는게 최선이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등 수험생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년은 8월중순 이후 가을학기 개학까지 온라인수업만 하는게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등교개학을 강행하면서 철저한 개인위생과 거리두기를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에서는 위기상황 대응수칙을 숙지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며, 학부모는 등원(등교)하는 자녀에게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교육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 경기 의정부시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43)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친구 간에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가급적 줄이고 자기 스스로 몸의 증상을 주의깊게 인지하고 관찰해 각반 선생님에게 알려야 하지만 6~7세 원아들은 물리적으로 그러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원아들 행동을 초등학생들처럼 통제하기 어려울 뿐더러 신체 접촉을 실시간으로 막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끼리의 접촉은 당연하다. 학교처럼 좌석제가 아니라 1m 거리두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서로 엉겨붙어 뛰놀 것이 뻔하다. 차라리 등교 개학을 최소 한달 이상 연기하는게 상책"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혹시 내 유치원 원아들 중 확진자라도 나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이냐"며 "무증상자들도 많다는데 6세 7세 어린 원아들일수록 자기 자신의 증상을 똑바로 알아채고 선생님에게 알릴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등교수업지원 비상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가동하면서 시도교육청, 학교, 방역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26일 0시를 기준으로 새로이 확인된 19명의 신규 확진자 중 국내 감염자가 16명에 달한다. 지역감염 추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감염 우려가 커진 학교 현장의 여론이 언제쯤 잠잠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