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가진 오찬회동에서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아무런 격식없이 자주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라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의 오찬회동이 모두 끝난 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이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대통령과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이야기하고,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당 원내대표를 향해 “두 사람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이라서 기대가 높다”며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주 원내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5.18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행보를 평가하면서, “주 원내대표와는 국회의원 시절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인 면을 많이 봤다”고 했다.
또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게 제가 드리고픈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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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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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은 이제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며 “야당 일각에서 5.18을 부정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금은 코로나 위기 국면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 극복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는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금과 같은 위기 국면에선 국회에서 3차 추경안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이후 산책길에서도 김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릴게요”라며 농담 섞인 말로 신속한 법안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양당 원내대표에게 석조 석가열애좌상을 소개한 뒤 내려갈 때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하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는 “과거 특임장관 시절 정부입법 통과율이 4배 올라갔더라”며 “야당 의원의 경우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이 조심스럽지만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사실상 정무장관 신설을 제안한 것으로 이에 문 대통령은 “의논해보시라”며 배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과거 특임장관 시절 대개 정무수석은 여당과 소통했고, 정무장관이 야당과 소통해왔다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2시간여동안 오찬회동을 가졌으며, 이후 40여분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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