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추진해보라”고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전날 김태년 더불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회동 때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아무런 격식없이 자주 만나는게 좋은 첫단추”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게 제가 드리고픈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등 협치의 제도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날 주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정무장관 신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추가 지시는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의 주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은 자리에서 강 수석에게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 수석 등 일부 참모들이 검토에 들어갔다”면서도 “정무장관을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야 하고, 정무수석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검토 대상이다. 정무장관과 정무수석의 위상, 열할 때문에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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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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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날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의 청와대 경내 산책 때 생긴 일화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모셔져 있는 석조 석가여래좌상까지 두 사람을 안내했고, 이 불상이 청와대에 들어오게 된 유래를 전했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여래좌상은 원래 경주에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가 경주 시찰 때 보고 반색하자 경주의 일본인 유지가 불상을 총독에게 진상했다는 것이다.
불상은 1913년 서울 남산의 총독 관저로 옮겨졌고, 1927년 총독 관저가 남산에서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또 한번 옮겨졌다. 불상은 청와대에서도 처음 대통령 관저 안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 관저를 신축하면서 현재 자리에 불상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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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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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불상은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되돌아갈 때 가져가려고 시도했지만 당시 동아일보 등 언론이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일제가 가져가려한다고 비판 여론을 일으키는 기사를 쓰고, 조선의 불교계와 문화계 등에서 들고 일어나서 결국 보물을 지켜냈다고 한다.
보물 제1977호인 석조 석가여래좌상 앞에서 각각 가톨릭신자인 문 대통령과 기독교신자인 김태년 원내대표, 불교신자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나란히 서서 합장하고 세 번 예를 올렸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님과 김 대표님 것까지 준비해왔다”며 양복 상의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시주함에 넣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복 받으시겠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넨 사실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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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마친 후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합장하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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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어 두 원내대표를 서울시 유형문화재 102호인 ‘오운정’이라는 정자로 안내했고, 오운정으로 가던 길에 두 원내대표에게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통과되면 제가 업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가 어제 발언에 대해서 부연하면 ‘업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은 김태년 원내대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 점(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두 원내대표에게 한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운정에서 문 대통령은 다섯 오(五), 구름 운(雲)자 현판을 가리키며 주 원내대표에게 “누가 “누가 썼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라”고 권했고, 주 원내대표가 정자 마루까지 올라가서 낙관을 살피다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오운정이라는 글씨는 운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이었다”며 “그러니까 문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에게 이승만 대통령을 소개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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