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과연 죽어야 나갈 수 있었던 동물원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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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
한동안 연달은 ‘철수(撤收) 정치’로 유명세를 탔다가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안철수 씨는 한때 대한민국의 산업계를 삼성동물원 LG동물원이라고 비유했었다(안철수, 《안철수의 생각》 2부 3절, 2012). 현재에도 “저는 경제와 교육에 전문성이 있다. 사람들도 ‘삼성 동물원’과 같은 얘기를 더 기대했을지 모른다”(경향신문, 2014.10.22.일자)는 이야기를 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그는 아직도 삼성과 LG 때문에 벤처기업들이 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와 교육개혁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안철수 씨는 또 애플과 삼성 사이를 비교하면서 생태계를 만든 애플과 동물원을 만든 삼성이라고 규정하고, “삼성이 애플의 적수가 못된다”(코리아헤럴드, 2011.7.11일자)고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삼성이 수익은 훨씬 더 적게 남겼지만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팔게 되었다.
반면 애플 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 식으로 제조하는 협력사인 폭스콘에서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자살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익을 많이 남겼다.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정도 면에서도 삼성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리고 그가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했던 삼성은 오히려 승승장구했고, 그간 세계 휴대폰 시장의 부동의 1위 기업이었던 노키아나 한때 선두주자였던 모토롤라가 엉뚱하게도(?) 무너졌다.
실상은 어떠한가?
필자는 얼리 어댑터인 편이기에, 2007년에 시장에 나왔고 2008년부터 대한민국에도 널리 퍼졌던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보다 삼성이 실제 2003년부터 미츠(mits)와 옴니아(omnia)를 출시했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써보았기에 삼성이 애플보다 스마트폰에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패드도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서 드러났듯이 LG가 먼저 개발하였고 그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만 보아도 안철수 씨의 주장과는 달리, 애플보다는 삼성 LG가 훨씬 더 창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뭇 사람들이 상식 수준에서 애플의 창의성을 찬양했고, 안철수 씨와 같은 인터넷 업계의 사람도 헛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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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새누리당, 정부, 청와대가 규제개혁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뉴시스 |
<창의성에서 앞섰지만 꺾였던 대한민국 IT업계>
필자의 관심은 안철수 씨의 오해를 풀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앞섰던 창의성들이 왜 계속 앞서서 뻗어나가지 못하고 중도에 뒤처지고 말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 단서를 한 언론의 보도에서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당시 무선사업부문 사장이던 이기태 전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세계 최초의 MS 윈도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미츠'(MITS)를 선보였다. 이 전 부회장은 2000년부터 ‘손안에 세상을 담는 새장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최적의 인터페이스와 앱스토어 개념까지 구상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서비스사업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을 우려한 이통사들의 교묘한 방해공작으로 한계를 절감해야했다. … 마이크로소프트(MS)와 MOU … 는 파기되고 말았다. … 2006년 구글을 찾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 무선사업부문에서 물러나고 만다.
삼성은 스마트폰사업은 포기하고 저가폰 시장에 전력투구했다. 반면 한국의 미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애플 스티브잡스는 2008년 아이폰을 선보인다.”(디지털타임스, 2014.09.21.일자 <`원조 ICT코리아` 좁은시장·정책부재…창조적 전략 필요>) 업종간 장벽을 못넘게 한 결과가 이런 일을 빚었다. 결국 스티브잡스는 새로운 기술로서가 아니라, 앱 장터라는 시도로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켰다.
물론 사후적으로 앱장터를 도입하자 삼성 LG의 스마트폰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선택률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판매고에서는 애플을 앞질렀다. 이것은 삼성 LG가 단순히 따라쟁이여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애플을 베끼지 않아도 될 만큼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회사인 애플도 삼성의 전화통신기술을 쓰지 않고서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와이브로에서도 일어났다. 4세대 이동통신기술인 LTE보다도 5년이나 앞서 상용화한 것이 대한민국이었지만, 업계의 견제와 정부 규제 때문에 음성을 탑재하지 못하고 데이터로만 한정하여 결국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지금은 인터넷 전화나 스카이프전화, 카카오톡 전화, 구글메시지 전화 등은 상식이 되었고, 이동통신업계의 황금알이었던 메시지도 무료화된지 오래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2000년 국내결제대행업체인 다날이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정부의 공인인증서 때문에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방송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천송이 코트를 사고 싶은데 중국에서 공인인증서 때문에 사지 못한다고 해서, 10여년이 지난 2014년 이제 들어서야 MS식 액티브 엑스를 요구하지 않는 방식, 또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서비스 회사가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보관하는 방식을 허용키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 결제가 규제에 의해 발목이 잡힌 그 사이에 페이팔이 세계 결제시장을 석권하였다. 이제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앞서나가던 대한민국의 IT 산업의 발목을 규제가 잡았었다.
그러나 정부규제가 발목을 잡으면 우리는 우리를 추격해오고 있는 중진국들에 의해 추월당하게 된다. 그때는 우리는 또다시 힘겨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개발도상국 중진국 시대에는 선진국의 사례가 있으니 추격전략으로도 충분했지만, 선진국이 된 이 마당에는 창조전략이 필요하다. 말로만 창조경제를 할 것이 아니라 창조의 발목을 붙잡지 않는 경제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규제철폐인 것이다.
<의료과학에서의 규제도 뜷어야 한다>
몇 년 전 황우석 박사의 세포복제에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일이 있다. 논문조작으로 황우석 박사는 신망을 잃었지만, 논문조작으로 인한 징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는 복제견을 만들어내는 등 그가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해선 안된다.
또한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약대로 몰리고 연구가 거듭되면서, 의료과학 연구에도 많은 진전이 있다. 유전체 연구는 물론이고 바이오 분야의 성과가 눈부시다.
이런 마당에 뇌암환자를 치료하는데 유전체 연구를 이용했고, 또한 폐암치료제를 원용하여 뇌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는 사례가 나왔다. 그러나 현행 의료보험 체제 하에서는 뇌암 치료 약물이 폐암치료제에 있어도 그것이 뇌암치료제 목록에 없으면 의료보험대상에서 제외됨으로서 비싼 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서 실제로 적용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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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9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행복 일자리 창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특별법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결정적으로는 연구목적 외에는 환자의 유전체 검사를 할 수 없어서, 실제 현실에서의 치료법으로 쓰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근무력증 환자의 경우에는 유전자 변이를 미국에 의뢰해서 알아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14.10.22. <서지도 못하던 아이 걷게하는 '유전자 치료'… 한국은 검사부터 規制>)
이처럼 대한민국은 세포복제 및 유전자 연구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음에도, 그것들을 본격적으로 치료법으로 만드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있고, 치료약의 응용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이런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데는 제약을 두면 그 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에 대해 개발 중이던 치료제를 적용한 경우를 참조할 수 있다. 에볼라치료제는 아직 동물실험도 충분한 임상실험도 거치지 못했다. 그러나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환자가 발생한 상태에서는 안전성만 따질 수 없었다.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도 있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에 앞장서던 의사 두 명을 미국으로 이송해와서 ‘개발 중’이던 에볼라치료제를 (요구되는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을 뛰어넘어) 적용함으로써 두 의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설령 불행한 결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치료제를 적용한 이유로 처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고, 필요한 관계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규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의료계는 원격의료 문제 및 병원의 영리자회사 문제를 두고 홍역을 치렀다. 기존 의료계가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중심으로 보면, 이런 편리한 방식의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공급자 차원의 이해관계자의 압력 때문에 변화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되어 규제가 아니었던 것도 규제로 유지될 경우가 있다.
영리병원이 93%인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우스꽝스런 요구가 나왔고, 그 때문에 정부의 개선 의지와는 달리 정부의 규제가 작용하는 우스꽝스런 규제현실도 유지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규제는 사실 의사협회의 담합을 인정하라는 것으로서 시대에 맞지 않는 요구다. 병원도 환자 중심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를 바꾸어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규제개혁이 선진국 안착의 지름길이다>
규제개혁은 IT, BT는 물론이고 문화 분야의 CT 등 각종 첨단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CT도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는데 얼마나 진통을 겪었는가? 그렇지만 스크린쿼터제를 철폐했지만,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의 호응을 얻는 등 국산영화가 더 잘나가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 상영관 쿼터제를 논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과거 스크린쿼터제에 안주했던 역사를 되풀이할 뿐이다. 새로운 규제가 부활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과연 SM 엔터테인먼트나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이 일으킨 K-POP 한류가 팝송으로부터 한국 가요를 지키려고 했으면 가능하기나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5000만을 시장으로 한 내수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71억을 상대로 애초에 세계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오늘의 K-POP 한류를 만들었다. 김우중이 세계경영을 외치며 해외로 나아갔고, 정주영, 이병철이 해외 수출에서 살 길을 찾았듯이...
이처럼 규제 없는 곳에서 우리의 살 길이 보인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의 향후 먹거리 격 업종들은 IT NT BT CT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 시대에 뒤처진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 또 칸막이가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런 규제도 풀어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규제를 풀기 위해서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고 스마트폰에서 방송을 볼 수 있게 규제를 풀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었다. 스마트폰에서 방송과 통신을 나누었던 칸막이 규제가 정부 부처를 합쳤을 때 비로소 해결이 될 수 있었다. MB 정부는 그런 식으로 규제를 풀어냈었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적인 접근법, 일관되고 치열한 자세로 각종 규제들을 풀어내야만 대한민국이 비로소 선진국에 안착할 수 있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