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의 긴장감이 증폭하고 있다. 오는 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그룹 앞날에 변화가 예상되면서다. 자칫 총수 경영 공백이 다시 발생하면 삼성의 핵심 성장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삼성 내부는 참담함 속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부회장의 부재다. 과거 삼성은 2017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지긴 했지만 성장 기반 구축에 고민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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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다가올 후폭풍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고조, 한·일 관계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친 가운데 총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경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속해온 삼성의 미래성장 강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진행해온 과감한 투자역시 속도가 떨어지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은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일선에 돌아온 뒤 경영 시계를 빠르게 돌렸다. 같은 해 8월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과 미래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4월에는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하며 총 133조원 규모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VU) 파운드리와 낸드 플레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중국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분야에서도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QD디스플레이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만나 미래 배터리 전략을 공유하며 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국내 톱2 그룹의 수장의 사상첫 비즈니스 회동에 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해외 정부 고위 관계자, 글로벌 기업 경영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최근 불투명한 시장 환경에서 삼성이 과감한 성장전략을 추진한 것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온 이 부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다시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삼성의 이 같은 성장전략에 급격하게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 경영인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신속하고 과감한 계획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가 자리를 비우면 의사결정 과정에 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총수와 전문경영인은 책임에서 차이가 분명하다”며 “최근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상황이 어렵다.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삼성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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