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낸 이후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부는 ‘김여정의 담화’를 대화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시키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판문점선언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를 거론한 만큼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예상 가능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문점선언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이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에 대북전단을 법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를 통해 북한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우리보고 호응하라고 하기 전에 대북전단을 저지시킬 법이라고 만들고...”라고 말한지 약 4시간 30분만에 정부의 이 같은 발표가 나왔으니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북한의 메시지에 얼마나 의미 부여하고 있는지 짐작된다.

김 제1부부장은 또 6.15 20주년을 언급하며 “지금과 같은 때에 그쪽 동네에서 이렇듯 저열하고 더러운 적대행위가 용납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아마 이 대목에서 대북전단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을 것 같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그동안 중부전선 GP(감시초소) 총격 사건이나 남북 교류협력 제안에는 침묵하다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개성공단과 군사합의까지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북한에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난에는 김 제1부부장이 탈북민들에게 “쓰레기” “뭘 하던 것들인지” “망나니” “인간추물” “똥개” 등 막말을 퍼붓고, 우리정부에게도 “단단히 각오하라” “최악의 사태를 마주할 것” 등 호령하듯 윽박지른 것에 대한 분노가 섞여 있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전단 살포 중단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막말에 한마디 비평도 하지 않은 것이 굴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협력이나 대북 쌀 지원 제안에도 일절 답하지 않던 북한이 새삼스럽게 전단 살포를 들어 과대 반응했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 박근혜정부 때부터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다. 당시에도 북한이 전단이 살포되는 접경지역을 겨냥해 위협하자 지역민 안전이 대두됐다. 그때 통일부의 공식 입장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국민의 신변 보호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 대응해나가겠다”였다.     

또 대북전단 살포는 탈북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있어왔다. 이번에 통일부가 밝힌 것처럼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됐고, 접경지역의 환경오염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여주기 식 전단 살포라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탈북민이 탈북민을 향해 이런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하고,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통일을 보듯이 폐쇄된 북한사회에 외부 소식을 전달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북한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통일전략의 필수 요건이다.  

물론 과거 정부도 전단 살포 탈북민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전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사전승인법’이 발의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입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탈북민도 우리국민이고, 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였다.

앞으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법안을 어떤 형태로 마련할지 주목된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이행, 접경지역의 주민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남갈등은 늘 북한 문제에서 극심했다. 분단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탈북민단체의 북한인권운동이 성숙할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달성하기 위한 국민통합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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