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서 "외부 감독에 변화 강요받는 현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리고 외부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 받아야 하는 현실, 이것이 현실인지 초현실인지 뒷머리를 둔탁한 걸로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요즘 고뇌를 거듭하면서 느낀 첫 번째 결론은 대한민국 보수의 이름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유전자"라며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담대한 변화를 주도했던 보수의 역동성을 발견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핵심 동력이고,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 지사는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시대는 변화했고, 보수는 늘 냉철한 현실 인식, 세계질서의 움직임 속에서 기회와 위험을 냉철하게 평가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면서 "그런 담대함이 있었기 때문에 독재 등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국민은 유일한 수권세력으로 보수의 지지를 안 아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면돌파와 경계확장이라는 담대한 보수의 발전 동력이 어느 때부터인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이 아닌가 한다. 왜 이렇게 소심해지고, 왜 이렇게 쪼잔하냐. 저희가 물려받은 담대한 변화의 유전자를 회복하는게 우리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정치인생 20년 모든 이력서의 칸이 '보수'로 쓰여있다. 하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실패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2년 뒤 또 지면 히딩크처럼 5대0이 되는 것은 둘째치고 정말 대한민국의 자녀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다"고 우려했다.

그는 "문제는 어떻게 이길 것이냐는 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승리가 우리의 승리여야 한다"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우리에 의한 승리, 대한민국 역사의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온 보수의 유니폼을 입고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병은 김 비대위원장을 지목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은 뒤 "지체된 개혁이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인력과 경험, 지도자가 다 동원돼야 한다. 갈라서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우리 의원들이 선수와 스텝으로 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 지사는 이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본소득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제주도에서 교육과 일자리,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도와주기 위해 생산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던 것을 두고 기본소득이라고 이야기한다"며 "국민의 기본 기회를 보장해주는 정책으로 제주도에서 쌓아가고 있는 것들이 앞으로 복지국가 및 국민의 미래불안에 대한 정책을 좌우해나가는데 제 경험을 참여(반영)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사회안전망포럼이라는 것을 만들었다"며 "보수와 진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들이 참여해 본격적인 연구를 1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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