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리스크 증대로 인해 민간투자사업이 위축되어 있다. SOC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재정 여력은 충분치 않은 현실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KDI는 민간투자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민간투자사업 공과를 돌아보고, 민간 및 정부의 다양한 시각을 공유함으로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11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민간투자제도 도입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지는 이에 대한 취재와 더불어, 지난 7월 본지 재산권센터와 프리덤팩토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동개최했던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토론회의 발제 및 토론 일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이다. 다음은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인수 법무법인광장 변호사의 발제문 전문이다. |
I. 민간투자사업 도입의 취지 및 성과
민간투자사업(이하 민자사업)은 경제성장에 따른 공공재 수요가 증가하지만 한정적인 정부 예산의 벽에 부딪힘으로 말미암아, 민간자본에 대한 유치 필요성이 점차 증대했음에 기인한다.
이에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제정되었다. 해당 법에는 민간투자사업 절차 및 무상사용기간, 사용료, 정부 지원 기준 등이 명시되어 있다.
1999년에는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전면개정되어, 민간제안 방식을 구체화하고 타당성 분석에 기한 대상사업 선정,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도입, 투융자회사 제도 도입, 매수청구권 인정 등 민간투자의 활성화를 위한 법으로 재편되었다.
2005년에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사업대상 범위의 확대와 사업 추진방식 다양화(BTL 방식 도입) 등이 추가되었다.
민자사업 도입의 성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먼저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정부 재정 부담의 완화를 들 수 있다. 이어 공기 준수에 따른 사회기반시설의 적기 확충 및 제공이 꼽힌다. 그리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공재 수요를 충족하는 것, 민자사업 자체가 새로운 산업분야로 자리매김한 것, 마지막으로 해외에 대한민국 민간투자사업 제도의 수출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 등이 주요 성과로 여겨진다.
|
|
|
▲ 지난 7월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프리덤팩토리, 미디어펜 재산권센터의 공동 개최로 열린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김인수 법무법인광장 변호사. |
II. 최근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주요 문제점
언론에서 주로 손꼽으면서 국민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문제점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논쟁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과 관련한 법적 안정성의 문제, 수요 추정의 문제, 계약 준수의 의지 문제(pacta sunt servanda), 공익처분의 적법성 및 정당한 보상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현실화된 쟁점으로 다음과 같이 자세히 정리하고자 한다.
III. 현실화된 쟁점
(1) 기본계획에 의한 자금재조달 이익공유 - 법적 안정성의 문제
최근 몇 년 간 주무관청의 전방위적인 요구에 따라 민간투자사업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자금재조달의 이익공유는 기본계획에 규정되어 있다.
기본계획의 법적 성질(=행정규칙. 일응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사무처리의 절차와 방식 등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정부의 내부규정에 불과. 대전지방법원 2002. 3. 21. 선고 2002카합71 판결)에 따른 이익공유(법적 안정성)의 문제는 두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법률유보원칙의 위반이다. 국민(민간)의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중요사항 내지 본질적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가 정한 ‘법률’에 규정을 두거나 ‘법률’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익공유에 관한 근거 및 구체적인 공유비율 등은 ‘법률’로 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소급효 금지의 원칙 위반이다. 일방적인 국가 고시에 의한 기본계획 개정사항을, 개정 전에 의사결정되어 계약이 이루어진 사업에도 적용하는 것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 위반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소급효에 따른 민간의 신뢰이익 상실을 상쇄할 만한 더 큰 공익이 있어야 하고(이익형량), 그 경우에도 발생 손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및 지자체 등 주무관청의 기본적인 입장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실시협약 체결 후 당사자(민간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본계획에 새로운 규제를 반영하고 이를 실시협약에 적용시키고 있다. 가령 자금재조달, 수요예측재조사, 적격성 재조사 등은 신뢰보호원칙 및 소급효금지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
|
|
|
▲ 지난 7월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프리덤팩토리, 미디어펜 재산권센터의 공동 개최로 열린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토론회 전경. |
(2) 수요추정의 문제 관련
수요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간이 부담해야 할까.
정부고시사업 및 민간제안사업에 있어 수요 추정의 절차 및 의사결정에 있어서 정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 특히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수요 위험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는 원칙적으로 민간의 책임이지만, 이는 상호 합의하여 확정하는 것이므로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공항철도의 경우 노선의 연결(KTX 연결 등)을 통해 수요를 증대시키는데, 이는 단일 사업자로서는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어려운 영역인 것이다.
책임 부담과 더불어, ‘수요 부족으로 사실상 도산상태에 있는 사업을 방치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는 민간기업의 재산권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함을 의미한다. 공익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공익처분이 제도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
실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신분당선 등 경전철사업 및 철도 사업에 있어서 연계노선의 준공지연, 수요추정에 반영된 개발계획의 미실현 등 수요감소 요인이 발생함을 우선 들 수 있다.
울산항, 마산항, 인천북항과 같은 항만사업의 경우, 운영비용 정산규정 등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 및 물동량 부족으로 인해 현재 사업재구조화가 논의 중이나, 단일 주무관청이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예산문제, 실시협약변경 절차의 난이성,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관 간의 신경전 등이 꼽힌다.
언론 및 대중에게 파급력이 있는 사례는 MRG가 있는 기존 사업이다. 해당 사업에 대한 재구조화 논의는 거가대교, 인천터널사업, 용인경전철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이 사례들은 합의에 의한 재구조화로 MRG를 절감하고 수요위험의 현실성을 반영하고자 한다.
|
|
|
▲ 지난 7월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프리덤팩토리, 미디어펜 재산권센터의 공동 개최로 열린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사회자로 발언하는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
(3) 계약 준수의 원칙 관련
엄존하는 계약을 감사원의 감사, 정치사회적 여론을 이유로 부정할 수 있을까.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민간투자사업의 중재사건(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제09211-0006호)을 살펴보면 “감사원 감사결과라 하더라도 계약에 정하지 아니한 사유인 이상 총사업비변경은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신의칙(금반언의 원칙) 위반의 경우는 다수의 사례에서 발견된다. 우선 후순위대출약정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국토교통부가 주무관청인 사업의 자금재조달 사례를 설명하고자 한다.
후순위 조달에 관한 인지 및 사실상 승인에도 불구하고, 이익공유 시에는 자금재조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선순위 조달만을 가정한 이익 산정이 바로 그것이다. 실시협약의 재무모델에서도 선순위만 반영하도록 했다. 이후 후순위이자율이 높다는 여론에 밀려 실시협약에 없다는 이유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의 불합리성(금반언 위반 및 사인 간 계약관계에 대한 침해)이 돋보인다.
후순위 조달은 주어진 사업수익률 내에서의 투자자의 투자방식의 문제로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자율의 경제적 합리성이 쟁점이 되어야 한다. 재판례에서 확인되는 우면산터널 사업(20%), 천안논산고속도로 사업(16%)의 경우, 각 사업의 후순위이자율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실시협약 체결 행정기관과 실제 운용기관의 분리도 문제로 여겨진다.
주무관청의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에 의하여 실시협약의 자의적 해석이 이루어진다. 총사업비의 사실상 정산 등에 있어서 민자사업에 대하여 재정사업과 같은 논리로 접근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4) 공익처분 관련
공익처분의 정의는 민간투자법에 나온다. 민간투자법 제47조(공익을 위한 처분)에 따르면, 주무관청은 사회기반시설의 상황 변경이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 사회기반시설공사의 중지·변경, 시설물 또는 물건의 개축·변경·이전·제거 또는 원상회복을 명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하며, 이를 공익처분이라 한다.
단 공익처분의 예외적 조치로서, 재산권침해, 계약침해 등 사적 권리의 침해가 없도록 하여야 할 내재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 이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으로 명시되어 있다.
공익처분에 있어서, 공익을 둘러싼 논쟁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서 바라보면, 해당 시설 이용자의 통행료 관련 민원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이익형량의 원칙’에서 보면, 사업시행자의 재산권 등 침해되는 사익(나아가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 신뢰도 상실로 인해 투자가 저해됨으로써 사회 일반이 잃게 되는 공익)과 통행료 인하로 얻을 수 있는 공익(관점에 따라서는 해당 시설 이용자의 사익) 중 무엇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의문도 든다.
‘정당한 보상 원칙’에서 보아도, 공익처분이 위법한지 적법한지에 따른 두 가지 경우가 각기 다른 결론에 이른다. 공익처분을 위법으로 본다면, 처분 자체가 인정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물어야 한다. 반면에 공익처분을 적법하다고 본다면, 그로 인한 손실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IV. 맺으며
우선 민간투자사업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함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초기 MRG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 합의에 기초한 합리적 조정이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으로서 민간의 위험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그에 상응하여 계약으로 부여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기본과 원칙의 준수는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다. ‘계약은 준수되어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근대 법치주의의 대원칙이다. 협약당사자로서 계약을 준수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초기사업에서도 “계약의 준수”라는 당연한 조항을 협약에 규정함으로써 정부의 협약 준수의지를 천명하고자 했다.
정부 및 지자체는 국가기관으로서 헌법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법률 유보의 원칙, 소급효 금지의 원칙, 금반언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재산권 보장 및 그 제한 시 이익형량의 원칙, 손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원칙 등이 지켜져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정책 신뢰성 회복이 관건이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사안들이 현실화되어야,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이용한 사회기반시설의 적기 확충을 통하여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민간투자법의 입법취지가 구현될 것이다. /김인수 법무법인광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