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앞으로는 2년 거주해야 분양권 받을 수 있어
   
▲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17일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해당 대책에 따라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당 4억~5억원에 달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오면서 강남 주민들의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 재건축 시장 규제는 △안전진단 강화 △거주요건 강화 △재건축 부담금 본격 징수 등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사태와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한 규제 압박으로 약세를 보이던 강남 등 서울지역 정비사업 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자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는 데는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난 재건축부담금의 징수 부분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남연립과 두산연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건축 부담금 걷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강남 5개 단지의 조합원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4억4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이 나왔다고 전했다. 강남 5개 단지의 재건축 분담금 예상액 최저 금액은 2억1000만∼2억3000만원이고 최고는 6억3000만∼7억1000만원에 육박한다. 강북은 1개 단지에 대해 1000만∼1300만원, 경기도 2개 단지에는 60만∼4400만원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작년 말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올해 다시 시행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부가 재건축 추진위 구성 시점과 입주 시점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익 금액의 10∼50%를 재건축 조합에 부과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의원 입법으로 2012∼2017년 5년간 유예됐다가 2018년 1월 부활했다.

헌재는 작년 12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등은 평등의 원칙, 비례 원칙, 법률 명확성의 원칙,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판결을 내렸다.

서울에서는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에 2018년 5월 조합원 1인당 1억3500만원의 예정액이 통지된 바 있다. 이 단지는 내년 말 준공 이후 초과이익 부담금 징수가 이뤄진다.

부담금 산정은 재건축조합이 시행자와 계약한 뒤 1개월 내 공사비 등 예정액 산정 관련 자료를 지자체에 제출하면 이뤄진다. 이후 재건축 사업 완료 뒤 준공일로부터 4개월 안에 실제 공사비 등 비용을 정산해 신고하면 부담금을 확정해 부과한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3주구(주거구역)를 비롯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단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이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재건축 조합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조치로 인해 향후 강남 지역 정비사업은 냉랭해 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 벌어질 일반 분양공급분이 적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권에선 일반 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되거나 사업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서, 일반 분양분을 최소화하는 움직임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약 시장 과열로 입증된 수요에 대한 고려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최근 양천 목동 6단지와 마포 성산시영 등 일부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재건축 초기단지들의 속도제어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정비사업의 속도 제한은 단기 투기수요에 타격을 주고 호가를 잠시 진정시킬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담보하기에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는 등, 자가 이전의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대체투자처 발굴과 어렵더라도 도심지역의 꾸준한 주택공급을 통한 정비사업의 공급방향 모색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분양 신청 자격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을 거쳐 최초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사업부터는 조합원 분양신청 전 2년 이상 거주를 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2월 법 개정을 거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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