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세 극동연 소장 ‘신년사 무’ 신호탄, 북 대적행동 우연 아닐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의 6.4담화로 시작된 북한의 대남 압박은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시도이며, 작년 말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올해 실현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8일 진행한 ‘긴급진단 대북전단과 남북관계’ 포럼에서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연말 시한을 설정하고 앞으로 협상 국면은 다른 형태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파탄 위기에 빠진 남북관계를 진전없는 북미대화 탓으로만 돌려야 할지 고민해야 할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남한에 대한 태도 변화의 기점을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이 있은 직후인 작년 8월로 지적했다. 그는 “6.30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8월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결과적으로 한미는 군사훈련을 강행했고, 북한 입장에선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판문점에 나가서도 얻은 성과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재자 빠지라던 입장서 책임 묻는 논조로 전환”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기념사가 있었던 다음날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내고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할 노릇” “태산명동 서일필”(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라는 말로 조롱한 사실을 언급하며 “앞서 남한에 대해 ‘중재자에서 빠져라’던 북한의 입장이 책임을 묻는 비판 논조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그해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기다렸던 것 같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문제는 끝났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당시 우리정부로서는 일본이 느닷없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해왔기 때문에 지소미아 중단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한미연합훈련 문제도 전작권 전환을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는 군부의 논리가 있다”면서 “지소미아 문제나 전작권 전환 문제들을 우리는 설명할 수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추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8일 ‘대북전단과 남북관계’란 주제로 통일전략포럼을 진행하고 있다./미디어펜
이 교수는 “북한의 핵능력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안보-안보부재 패러독스’(stability instability paradox)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은 재래식 분쟁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대남 공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고 벌어지는 다양한 분쟁 형태인 그레이존 분쟁(greyzone conflict)가 한반도에 수없이 많다”며 “우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안보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전통적인 응징법으로 억지하는 것이 있지만 깊은 계곡을 넘어야 할 것이고,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처럼 무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레이존 분쟁을 계속 무시할 수 있을까 싶다”며 “아니면 보상에 의한 억지라는 전통적인 방법도 있지만 퍼주기라는 국내 비판이 일 것이므로 잘 판단해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가장 가깝게 생각할 시나리오는 2015년 8월4일 ‘DMZ 목함지뢰 사건’ 이후 8.15군사합의 프로세스에 지금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응징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가 가동되고, 북한이 확성기를 겨냥해 포사격을 하는 과정을 겪은 뒤 협상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위 8.15 합의가 이뤄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형이 중국에 갔고,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7월10일 북한으로 가서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됐다”며 “그러나 10월16~17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런 국면이 꺾이기 시작했고, 11월 반기문 유엔총장의 방북설이 보도됐다가 취소된 뒤 남북정상회담도 완전 취소됐다. 그 이듬해인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이 단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상황을 잘못 관리하면 오는 11월이나 12월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실현될 수 있다”면서 “자주권의 역설이 떠오른다.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 대북위협 억지능력을 갖추면서 북한에 우리를 믿으라고 하면 북한이 수용할까. 정부도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의 진짜 외교력과 정치력이 드러나는 시작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남‧대미 투트랙…북 ICBM‧SLBM 도발 예상”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지금 북한의 태도의 원인은 남한에 있다고 본다”며 “일각에선 한국을 때려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맞을 수 있지만 북한은 이제 이런 방법은 잘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 대선 과정이어서 조금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양 교수는 “우선 북한의 대남 압박 발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시작으로 현 상황을 풀어야 한다”며 “국회 결의안이라도 만들어서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이번에 특사 논란으로 남북 간에 아직 소통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특사 파견과 원 포인트 남북정상회담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있다./노동신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태도가 작년 2월 ‘하노이 결렬’ 때부터 바뀐 것은 물론이고 이후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굳어졌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마지막으로 이런 입장을 확인한 것은 그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었고,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면서 결단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북한은 지금 대내적으로 내부결집을 통한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와 대외적인 정면돌파를 동시에 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북한은 미국은 미국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투트랙으로 상대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지금 북한으로선 대선 국면을 맞은 미국의 상황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행동 공간이 넓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은 이미 새 전략무기를 말한 바 있고, 권정근 북미국장이 엄포도 있었던 만큼 북핵 모라토리엄 파기 수순으로 들어가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의 작년 12월 말 이례적으로 나흘간 전원회의를 개최한 일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이 외교‧군사적으로 돌파전을 본격화하는데 대남정책 차원에서 이행되고 있는 것을 큰 틀에서 분석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1957년, 1987년, 1990년, 2020년 4차례 최고지도자의 신년사가 없었고, 이때마다 매우 엄중한 이유가 있었다. 올해 북한이 전개하고 있는 상황은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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