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핸드폰을 이용한 주식거래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 영업 중인 주요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함께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사고가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래시간 중에 발생한 사고는 이용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최근 사고는 이미 주식거래의 ‘대세’가 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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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고 사례를 보면 지난 12일 키움증권의 주식 거래 시스템에서 증권계좌 현금 입·출금이 1시간가량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같은날 오전 9시 5분부터 10시 15분까지 1시간 10분 동안 키움증권의 MTS는 물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까지 계좌 입·출금이 일부 중단된 것이다.
회사 측은 “개장 초 입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입금 처리가 다소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주가 급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MTS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한 번 전산장애가 발생하면 피해가 연쇄적으로 이어져 파급효과가 급속도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MTS 시스템이 더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MTS의 사용 비율은 최근 들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초순까지 거래된 ‘거래매체별 코스피 주식거래량’ 중 MTS 비율이 45.0%를 차지해 1위를 나타냈다.
MTS 이전 시대의 대세였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36.1%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직접주문전용선(DMA, 10.7%), 영업점(8.0%), 유선단말(ARS, 0.2%)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2009년 출시된 MTS의 역사는 이제 갓 10년을 넘겼지만 거래비중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MTS의 활용도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31.7%까지 오른 MTS 비중은 2017년 33.9%, 2018년 35.6%를 거쳐 작년에는 40.6%까지 올랐고 올해는 ‘절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지난 3월 폭락하자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몰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MTS 사용량 또한 크게 늘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량은 11억 8101만건으로 코로나 확산 직전인 1월(9억5211만건) 대비 약 24% 늘어났다. MTS 활용도가 급속하게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활용도가 높아지자 MTS 전산오류 사례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 13일 한국투자증권 MTS에서 처음으로 약 5분간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증시 변동성이 크게 늘어난 지난 3월의 경우 더 많은 사고사례가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있는 키움증권에서는 3월에만 3번(9일, 13일, 27일)의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장애 내용을 보면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9일) 장내 예수금 조회와 매수·매도 주문이 원활하지 않았고(13일), 체결된 주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27일).
이밖에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DB금융투자에서도 전산오류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5월에는 신한금융투자 MTS에서 발생한 주문에러로 투자자가 요청하지 않는 주문이 체결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TS 오류는 촌각을 다투는 주식거래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 전체가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이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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