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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국토부 |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부동산 투기세력이 돈을 위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는 생겨선 안 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6월 23일 장관 취임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취임 초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서울 강남 집값을 잡아 시장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하지만 취임한 지 3년째, 21차례에 달하는 부동산대책을 내놨음에도 집값 잡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주거복지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을 통한 취약층의 주거여건 개선과 공공임대 공급은 직접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의 재직기간이 오는 9월을 넘어가면 역대 최장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기록을 갈아 치운다. 매년 한 차례씩 제기되는 개각 논의 과정에서도 2017년 취임 이후 햇수로 4년간 자리를 지킨 셈이다. 그러나 통상 취임 1주기마다 나오는 대내외 평가에서 집값 안정화에 대한 김 장관의 평가는 좋지만은 않다.
실제 김 장관은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2017년 8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앞세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 9·13 대책, 2019년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확대와 12·16 대책 모두 여름철 시장과열의 대응책이거나 그에 따른 보완책으로 나왔다. 3주년을 불과 6일 앞두고 발표된 6·17 대책도 다를 바 없다. 일각에선 규제 발표 이후 주춤한 집값이 재상승하며 이를 막기 위한 추가대책이 발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만연하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그간 정부의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 11.27% 폭등했다. 반면 8개 도 지방지역은 12.02% 하락하며 도농 간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대책에 시장도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도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단위로 단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 반짝효과에 그쳐 보합세를 보일 뿐이었다. 지난 2018년 ‘9·13대책’ 때만 해도 발표 이후 20주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수요 억제만으로는 근본적인 집값 안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6·17 대책도 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센 편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국토부는 3억원 초과하는 아파트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고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포함시켰다. 이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락 등 실수요자들마저 피해를 입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잦은 규제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내놓은 각종 대책이 무색할 만큼 집값이 계속 고개를 들면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시각이다. ‘규제 발표→잠시 주춤 후 집값 재상승→추가 대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시장을 향한 대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데, 국토부 자체도 이번이 몇번째 대책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장에 대한 규제만 내놨을 뿐 그에 따른 효과는 미미했다"며 "시장도 대책에 따른 내성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고, 수요자들의 틈새공략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정책은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청년·신혼부부 등 실거주자를 위한 대책에 기대가 쏠리고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동안 굵직한 부동산 규제 속에서도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 중심의 주거복지 정책은 더 확대해 성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장관은 2017년 말 국토부 정책의 한 축인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 뒤 이를 차곡차곡 실행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공공임대 공급과 전월세 자금, 주거급여를 지급했다. 공공임대 재고율은 2016년 6.4%에서 올해 선진국 평균 수준인 8%에 도달할 전망이다.
△남양주왕숙(6만6000가구) △하남교산(3만2000가구) △인천계양(1만7000가구) △고양창릉(3만8000가구) △부천대장(2만가구)까지 수도권 30만가구 공급을 위한 3기 신도시 계획도 속속 지구지정을 완료하며 주거로드맵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올해 발표한 로드맵 2.0을 통해선 오는 2025년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240만가구 공급해 공공임대 재고율을 10%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계획을 다시 새웠다. 3기 신도시의 경우 김 장관이 지역구를 떠나는 등 개인적인 실익을 버리면서까지 이를 관철한 것은 현재의 성과가 아닌 미래세대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결단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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