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손충당금 지원두고 고심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업지원’과 부실위험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쌓기’라는 상반된 목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면 신규대출 공급여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이들 목표를 은행권에 주문하면서, 일각에선 ‘토끼 두 마리를 쫓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은행연합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의 대출 부실화 위험이 우려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대책 등으로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출 연체율이 일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은행의 수익성은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은행의 이자이익이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올해 1분기 1.4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다 최근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들도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엔 작년보다 1조5000억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금 등 빌려준 돈의 일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금액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이익 규모는 줄어 수익성엔 좋지 않지만, 대신 자산 건전성은 높아져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의 지원을 독려하면서도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주문해 은행권이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면 신규대출 공급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하면서다.

앞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행이) 자금공급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면밀한 건전성 모니터링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한 손실흡수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손 부위원장은 “은행의 건전성과 실물경제의 지원은 ‘상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 금융지원이 없다면 실물경제 악화와 기업 부실화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부실 위험 우려에 따른 건전성 대비를 위한 충당금 적립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자칫 두 마리 토기를 쫓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다”며 “충당금 적립에 대한 은행의 상황과 당국에서의 기준이 모호한 상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