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친환경차 양대축인 '전기차'와 '수소차'를 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광폭행보가 눈길을 끈다.
전기차 분야에서 핵심기술로 꼽히는 배터리분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국내 3대 제조사들의 총수 회동을 갖았고, 수소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 현대차그룹 경영진들과 함께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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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CES2020에서 현대차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외에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LG그룹에서는 구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전지사업부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 등 양측 전기차 및 배터리 사업 관련 경영진이 총 출동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방문에서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들여다봤고 구광모 회장과 미래 배터리 관심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시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가졌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참관하고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 3월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향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공장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대 배터리 업체들을 모두 방문하고 해당 업체가 소속된 그룹 총수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세계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술적,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기차-배터리 동맹'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남들보다 앞선 1회충전 주행거리와 높은 출력, 긴 수명, 그리고 낮은 생산원가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고효율, 고성능 배터리를 경쟁사보다 먼저 채택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중요하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 동맹을 구축해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가겠다는 게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존 생산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으며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2차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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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고성능 EV 콘셉트카 ‘프로페시’는 간결한 선과 구조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준 콘셉트카 ‘45’에 이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한 차원 높인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진=현대차 |
삼성SDI의 경우 각형 배터리셀을 생산해 현대·기아차의 기존 전기차에 장착되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과 타입이 다르지만, 향후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적 변화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배터리 공급선에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밖에도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앞서 전기차 분야의 하이퍼카를 생산하는 크로아티아의 전기차 제조사 리막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기차분야에서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다.
리막은 리막은 2009년 설립이후 10년 만에 독보적인 전기차 제작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는데, 특히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제작 노하우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기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친환경차 전략의 핵심인 수소차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화상 컨퍼런스 형식으로 열린 제33차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총회에 참가해 각국 정부에 수소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꾸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총회 3일차에 열린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의 수소-산업적 측면'을 주제로 한 영상 세미나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의 수소경제 추진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수소산업의 부상을 위해 각국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세계 수소 관련 자동차·에너지기업 81개사의 연합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공동 의장을 맡아 글로벌 수소경제 확산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CEO 총회'에 참석해 "수소 에너지가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및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이 돼야 한다"면서 그 선행 조건으로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3가지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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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완성된 현대차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차 |
이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과 연계한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활용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향한 모빌리티의 역할 등에 대해 역설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2월 초에는 미국 에너지부를 방문해 마크 메네제스 에너지부 차관과 만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수소사회 구현의 필요성과 비전,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친환경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장에서 핵심기술 확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며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기 일수록 기술력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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