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EU FTA 통상마찰 소지 커, 전세계 없는 무리한 규제 자동차판매 심각 타격 불가피

금융감독원이 자동차 할부금융에 대한 공연히 고강도 규제카드를 들고 나와 국내외 자동차업계를 들쑤시고 있다. 만약 자동차할부금융에 대해 규제의 덫이 씌워질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는 물론 벤츠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 수입차업체들도 판매격감 등의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자사차량 판매촉진을 위해 시행하는 할부 금융상품이다. 자동차업계의 할부금융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의 금융감독당국이 이같은 글로벌 판매환경을 감안하지 않은채 무리수를 두려는 것에 대해 자동차업계는 잔뜩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가뜩이나 엔저폭풍과 원화가치 급등으로 도요타 등 일본차와 힘겨운 가격경쟁력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할부금융까지 족쇄를 채울 경우 적지않은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감독당국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경쟁력을 도와주지 못할 망정에서 발목에 모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파문의 진원지는 금감원. 금감원은 자동차 할부업체가 계열 자동차 취급물량을 25%이하로 제한하는 '25%룰'을 검토하고 있다. 명분은 자동차 할부금융의 독과점을 해소한다는 것. 계열할부금융사에 대한 거래편중을 시정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와 계열 현대캐피탈간의 할부금융거래를 낮추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 벤츠의 할부금융프로그램. 벤츠와 폭스바겐 BMW 등 유럽차업계는 계열 할부금융사를 이용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유럽차업계는 금감원이 할부금융 25%룰을 적용할 경우 국내판매가 직격탄을 맞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양국간 FTA협정에도 위배된다는 점에서 통상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할부금융 25% 룰은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와 독일 폭스바겐, 벤츠, BMW,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등도 계열 할부금융사를 통해 자동차판매를 하고 있다. 만약 금감원이 25%룰을 적용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도요타와 벤츠 폭스바겐 등 수입차업계의 판매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기아차 할부금융 판매점유율은 60%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25%룰은 사실상 국내 자동차시장의 할부금융을 격감시키는 심각한 규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할부금융 규제가 현대차와 기아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입차업계도 덩달이 유탄을 맞게된다 . 수입차에 대한 할부금융 25%룰 적용시 통상마찰도 불거지는 최악의 수순도 예고돼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은 2012년 발효된 양자간 FTA협정에서 앞으로 무역을 제한하면 안된다는 규정을 두었다. 25%룰은 실질적인 판매제한에 해당된다. 이럴 경우 EU측이 거세게 항의할 수 있다. 감독당국이 이를 강행하면 EU도 한국산 차량에 대해 비슷한 판매규제로 보복할 수 있다.

감독당국이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업계는 감독당국이 “가뜩이나 국내외 자동차시장이 악화하고 있는데, 왜 이런 무리한 규제를 가하려는 지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입차업계도 격앙돼 있다. 폭스바겐 벤츠 BMW등은 계열 할부금융사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유럽차업계는 유예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룰을 적용받을 경우 판매가 급전직하로 떨어질 수 있다. 젊은 소비층들은 수입차업계의 유예할부금융을 이용해 중소형 수입차구입을 많이 하고 있다.

   
▲ 금감원이 현대차와 기아차 계열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판매비중을 25%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차가 중형 수입차와의 경쟁을 위해 내놓은 대형차 아슬란.

예컨대 구매자가 폭스바겐 골프차량가격의 20~30%를 미리 내면 3년간 이자만 내면서 차를 탈 수 있다.  잔금은 만기시점에 지불하면 된다. 몫돈이 없는 젊은 소비자들은 이같은 수입차업계의 할부금융을 이용해 수입차를 대거 구입해왔다. 물론 이같은 할부금융이 수입차 구매자들을 사후에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유럽차업계의 계열할부금융 비중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벤츠와 BMW의 경우 절반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55%가량 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약세를 이용해 가격인하로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중인 일본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계열 도요타파이낸셜을 통해 렉서스차량등을 할부판매하고 있다. 점유율은 60%가량 되고 있다.

수입차 계열 할부금융사들은 100% 자사차량만 취급하고있다. 만약 이들이 현대캐피탈처럼 25%룰 적용받을 경우 사실상 영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된다.

수입차업계는 격앙돼 있다. 통상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세계에 없는 규제를 가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부에 대한 외국의 신뢰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계열 할부금융사가 전세계 50여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할부금융에 대한 규제를 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금감원은 25%룰 적용검토에 대해 "독과점해소를 위한 공공정책이어서 별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통상마찰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