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현대 민주주의는 의회제도와 정당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가의 구성원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국정에 참여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인하여 선거제도에 따라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이 운영되는 대표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 선거제도는 필수적이며, 선거제도는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선거제도에서는 어떤 방식과 유형으로 대표를 선출할 것인지도 중요하고, 그래서 선거구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구는 독립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지리적 단위를 말하는 것으로, 선거구제에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2-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및 6명 이상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일반적으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에 대응하여 대선거구제라고도 함)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21조 제2항에는 하나의 지역구에 1인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동 법 제20조 제3항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선거구를 규정하고, 이 선거구에 대해서는 제24조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제25조 제1항에 따라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에서 있어서 선거법은 원칙적으로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예외적으로 선거법 제21조 제1항에서 요구하고 있는 시·도 국회의원 정수 최소 3인을 위하여 부득이 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분할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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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헌재 발 선거구 지긱변동 파장은 어디가지 미칠까?' 긴급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상겸 동국대 법대 학장. |
2012년 2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제19대 총선에서는 총 300인의 국회의원이 선출되었는데 그 중에 지역구 국회의원은 246인이었다. 선거법은 제25조 제2항에 근거한 별표에서 지역구를 246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선거구의 인구편차와 관련하여 청구된 헌법소원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하여 현행 선거구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이 결정으로 선거구의 인구편차는 1990년대 4대 1에서 2000년대 3대 1, 그리고 2010년대 중반에 와서 2대 1로 바뀌게 되었다.
선거구 문제는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이면서 국회에 진출한 정당들에게도 의석분포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판결로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고, 향후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상당기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내용
선거구획정에 있어서 인구편차의 기준은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보장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문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에 걸쳐 판결을 내렸다.
1995년 헌재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청구된 헌법소원심판에서 국회의원지역선거구간 인구편차의 허용한계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평등선거원칙에 따라 최대선거구의 인구수가 최소선거구의 인구수의 2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지만, 현실을 고려하여 그 갑절인 4배까지는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보았다.
헌재의 4대 1 결정은 2001년도에 들어와서 3대 1로 변경되었는데, 헌재의 논거는 인구편차를 2대 1로 하는 경우 행정구역 및 국회의원정수를 비롯한 인구비례의 원칙 이외의 요소를 고려함에 있어 적지 않은 난점이 예상되므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지난 두 번의 결정에서 원칙론적 입장에서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는 2대 1 내로 결정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보았으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결정하면서 선거구획정에 있어서 인구비례원칙에 의한 투표가치의 평등은 헌법적 요청으로서 다른 요소에 비하여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투표가치의 평등을 침해하는 선거구획정은 자의적인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였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그동안 언급했던 원칙론을 시대적 상황에 적용한다고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헌재는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 2대 1에 대한 논거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논거는 투표가치의 평등과 관련하여 평등선거원칙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헌재는 인구편차 상하 50%(3대 1)의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1인의 투표가치가 다른 1인의 투표가치에 비하여 세 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으로, 단원제 하에서 인구편차 상하 50%의 기준을 따를 경우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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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헌재 발 선거구 지긱변동 파장은 어디가지 미칠까?' 긴급좌담회 모습. |
이 외에도 헌재는 지역 간의 형평성 때문에 선거구를 조정한다고 하여도 표의 평등성 원칙을 넘어서는 안 되고,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이 완화되면 지역정당구조의 심화문제가 야기되어 국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되다고 하였다.
또한 헌재는 외국의 사례를 적시하면서 미국은 하원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간의 인구편차를 0에 가깝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은 인구수의 상하 편차를 최대 25% 이내에서만 인정한다는 것과 일본은 2.3대 1의 선거구에 대하여 위헌 결정이 있다는 등 외국의 인구편차 기준을 언급하였다.
Ⅲ. 향후 선거구획정과 선거제도의 문제
헌재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적어도 2대 1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한 이상, 현행 선거구는 이 기준에 맞추어 변경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울산과 제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선거구가 재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획정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평등선거원칙과 인구비례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지만, 선거법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단순히 인구만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고, 선거구획정을 위한 요소에 인구 이외에도 행정구역·지세·교통과 그 외에 기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조건에 생활권 내지 역사적·전통적 일체감 등 여러 가지 정책적·기술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헌재는 선거구획정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접지역이 1개의 선거구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재량권 한계라고 하였기 때문에 정파성을 띤 자의적 선거구획정은 게리멘더링으로 위헌이 된다고 보았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선거구제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선거구와 관련하여 인구비례원칙을 평등원칙과 결합하여 획정하려면 소선거구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도농 간의 인구문제를 고려할 때 중·대선거구제를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행 제도에 의하여 지역구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의 수도 조정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헌법이 비례대표를 명시하고 있는 한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 지역구의원 수와 비례대표의원 수 간에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법상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에 위원회를 두도록 되어 있으나, 국회의원이나 정당원이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여 어느 정도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 내에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도록 함으로써 강제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보다 강한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된 제3의 기구로 하든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할 수 있도록 하든지 보다 강력한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아무튼 향후 선거제도는 선거구획정을 포함하여 국회의원의 수, 선거구제의 다양화 등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으며, 그 정당성의 확보를 위하여 선거원칙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로 선출된다고 하여도 지역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번 선거구획정 문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작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학장·법무대학원장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헌재 발 선거구 지긱변동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긴급좌담회에서 김상겸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