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대주주들이 주가 하락을 틈타 앞다퉈 주식을 증여함에 따라 미성년자 억대 주식 부자가 속출하고 있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사 보유 주식가치가 1억원 이상인 미성년자(1994년 1월7일 이후 출생자 기준)는 모두 2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5.9%(15명) 증가한 것이다.
보유 주식가치가 10억원 이상인 미성년자는 107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 늘어났고, 100억원 이상인 미성년자도 8명에 달했다.
이처럼 미성년자 주식 부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은 상장사 대주주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기회로 주식을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상장사 대주주들은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가 많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13세)은 올해 주식가치 평가액이 325억원으로 미성년자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허 부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허 부사장의 차남도 올해 10세에 불과하지만 133억원의 주식을 보유, 미성년자 주식 부자 4위를 차지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장녀(14세)도 102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염홍섭 서산 회장의 손자(20세)는 보유 지분가치가 175억원으로 미성년자 주식부자 2위를 차지했다. 염 회장의 손자는 2008년 회사 주식을 증여받은 후 장내에서 계속 주식을 사들여 이 회사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몽익 KCC 사장의 장남(16세)은 KCC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보유 주식가치가 165억원으로 불어났고, 정몽열 KCC건설 사장의 장남(19세)이 보유한 주식가치도 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초등학생 손자와 손녀 7명은 증여 등으로 82억원~85억원, 배종민 문배철강 부회장의 아들(15세)은 71억원의 주식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길구 매직마이크로 이사의 아들과 이승용 삼영무역 사장의 딸, 전성오 삼성펄프 사장의 차남 등 3명의 10대 자녀들도 62억원의 주식 자산을 갖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차녀(18세)의 주식 보유액은 46억원이며,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의 19세 딸과 10세 차남도 각각 40억원대의 주식부자로 등극했다.
젖먹이 억대 주식부자도 3명에 달한다. 김흥준 경인양행 회장의 한 살된 손자가 10억원대 주식부자에 오른 것을 포함해 김정돈 미원상사 회장 친인척과 미원스페셜티케미칼 회장 친인척 등도 '젖먹이 억대 주식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