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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사진=메디톡스 |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제품에 사용된 균주 출처를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의 예비판결이 오는 6일 나오면서 5년 간 이어온 법정 공방에 끝이 보일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당초 지난달 5일 예비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대웅제약으로부터 추가 서류를 받기로 하면서 일정을 미뤘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메디톡신을 제조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담은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판결이 미뤄짐에 따라 최종 판결도 11월 6일로 연기됐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예비판결에 대해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모든 진실은 ITC 판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대웅제약 역시 "이번 판결로 모든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ITC 소송은 메디톡스·앨러간과 대웅제약·에볼루스 사이의 분쟁인 만큼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메디톡스가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 부담으로 회사 존립이 힘들어질 수 있으며, 대웅제약이 패소할 경우 미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 중 패소 판결을 받은 쪽이 ITC에 '예비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TC의 재검토는 통상적인 절차로, 2010년부터 9년 간 진행된 영업기밀 침해 소송에서 재검토를 통해 예비결정이 뒤집어진 사례는 없었다.
두 회사의 분쟁은 지난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자사 실험실용의 균주를 도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방전은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시장에 출시했고,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내놨다.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자사에 재직했던 전 직원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또 이와 같은 내용으로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법원에도 소를 제기하자 미국 법원은 한국 소송전이 해결될때까지 소송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파트너사 앨러간과 지난해 1월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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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사진=대웅제약 |
양측이 미국 보톡스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미국 시장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데 있다. 미국 시장을 누가 먼저 진출, 선점하느냐에 따라 회사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국내 시장 1500억원의 13배에 달한다.
대웅제약이 현재 미국 시장에서 메디톡스 보다 앞서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5월 시판에 나섰다. 또 캐나다, 유럽 등 전 세계 51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앨러간에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노톡스를 기술이전해 2022년 판매 허가 승인을 목표로 미국·유럽 임상 3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2018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도 메디톡신 품목허가를 신청한 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또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소송 비용을 날리는 것은 물론 회사 신뢰도도 하락한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4분기에 163억원을, 올 1분기에도 100억원을 소송 비용으로 사용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4분기에 68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37억원을 소송비로 투입했다.
특히 시장에서 한번 하락한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장기간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게 된다.
두 회사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은 ITC 예비판결을 앞두고 메디톡스로 이직한 전직원 A씨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A씨가 과거 대웅제약에 근무할 당시 경쟁사인 메디톡스 퇴직 직원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기술 자료를 훔쳐 대웅제약에 전달했다고 허위주장을 했다"며 "A씨가 대웅제약이 균주 자료를 훔쳐다 준 대가로 미국유학을 주선하고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는 거짓말도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매국적인 기업이라고도 지적했다. 미국 미국 시장을 지키려는 엘러간의 방패 노릇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 예비판결로 모든 의혹과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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