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경제회생·민생해결 우선…반 총장 위상 흔들지 말아야

   
▲ 성준경 정치평론가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난 10월부터 돌림병처럼 번지던 반기문 대권 대망론이 본인의 공식부인과 다른 현안에 밀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적 상황과 행태에 비춰 볼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사이에 둔 정치권의 대권놀음은 향후 더욱 노골화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추론된다.

때 이른 여·야의 ‘반기문 대권놀음’ 내용과 그 이유

대선을 무려 3년 2개월 이상이나 남겨 둔 시점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거론하는 것은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냉소적 시각과 무관치 않다. 지금 국민들은 19대 국회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 그 자체이다.

19대 국회에서 나라와 국민은 보이지 않았고 정략적 패거리 정치에 기초한 정쟁(政爭)과 무능만이 있을 뿐이었다. 허나 19대 국회는 자신들의 기득권 앞에서는 정쟁(政爭)이 아닌 공생(共生)의 우정을 나누는 뻔뻔함을 당당히 보여 주었다. 이런 야바위 19대 정치판 속에서 여·야 공히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18일경 여론조사(한길리서치) 결과에서 반기문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39.7%로 1위를 기록했었다. 2위 후보와의 차이는 세 배 가량 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과 새민련의 비주류에게는 큰 구매력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박 김무성 체제에서 비주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친박이 ‘반기문 대망론’을 발화시켰다 이어 새민련의 비주류 민주계의 권노갑 고문이 친노 견제 포석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정치권 전체로 점화시켰다.

지금 시중에서는 여·야 모두 반 총장 영입을 위한 각 정파별 TF 팀이 구성되어 있고, 그 성사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수시로 왕래하고 있다는 설이 크게 퍼져있다. 또한 반 총장에 대한 구애는 여·야의 특정 정파뿐 아니라, 거론되는 대선 후보군 지지그룹을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정치권의 현상이라는 말도 많이 나돈다.

지금 정치권의 때 이른 ‘반기문 대망론’은 추론하건데 나라와 국민을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눈 밖에 이미 난 19대 국회의원들이 자기 도생(度生)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맥을 함께하는 ‘반기문 대권놀음’ 일 뿐이다.

정치권의 ‘반기문 대권놀음’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사익(私益)추구에 기초한 ‘반기문 대권놀음’은 나라와 국민, 그리고 반 총장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백해무익(百害無益) 그 자체이다.

   
▲ 반기문 총장은 한국을 넘어서 각종 세계의 현안에 직면해 있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할 국제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아직도 임기는 2년이나 남아 있다. 정치적 헤게모니로 반 총장을 흔드는 것은 치명적인 국가의 손실이며 국격 훼손이다. /뉴시스

지금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다음 대선까지는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았다. 또한 반기문 총장은 한국을 넘어서 각종 세계의 현안에 직면해 있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할 국제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아직도 임기는 2년이나 남아 있다.

정치권의 반기문 발(發) 대권 조기점화는 지난 개헌논란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국정 추동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 지금 우리는 국가의 존폐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국가적 현안과 직면해 있다. 첨예화 되고 있는 한반도 환경, 경제위기 및 회생 문제, 만성적 실업을 포함한 민생문제, 복지남발이 촉발한 국가재정의 적자문제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권의 비이성적 이런 행태는 반기문 총장 개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 총장은 세계의 평화 중재기구의 수장이다. 이런 인물이 당면한 국제 현안보다는 자국의 대통령직에 더 관심이 많다는 오해를 받는다면 이는 총장직 수행에 있어 고립을 좌초할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는 반 총장의 향후 한반도 관련 역할 수행문제 등에 대해서도 한국의 대통령직과 연계, 색안경을 끼고 볼 개연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국제사회의 의심 속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국가의 손실이 아닌가! 또한 이는 국격의 쇠락(衰落)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치권, 반기문 스토커 그만두고, 경제회생과 민생부터 챙겨야 할 것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5일 유엔 주재 한국대표를 통해 여·야 정치권의 차기 대선주자 거론에 대해 정치참여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 총장의 성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유엔 사무총장직에 끝까지 충실할 뿐임, 둘째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특정정당 영입 타진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함. 셋째 향후 대선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관련 보도를 자제해 줄 것 등이다.

반 총장의 뜻이 이와 같이 분명함에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아직도 ‘반기문 대망론’ 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성명서에서 명확히 2017 대선 불출마와 관련한 명시적 선언이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해석이야 어떠하든 반 총장은 지금까지 누차 정치참여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유추가 아닌 본인의 의지를 그대로 존중해 주면 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오죽 못났으면 반듯한 대선후보 한명 만들지 못하고, 국제현안 해결에 여념이 없는 반 총장을 싫다는데도 스토커처럼 연신 추파를 던지는가! 정치권의 어두운 자화상의 반영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국정은 장기 표류했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와 민생은 더욱 척박해졌다. 국정이 이와 같이 엄중함에도 정치권이 벌써 대권놀음에 빠져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허송세월로 국정동력을 가로막고 나선다면, 어찌 이들이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대표가 아닌 공적(公敵)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3년 이상 앞둔 시점의 신기루 같은 특정인의 대권 지지율에 매몰된 ‘반기문 스토커’ 짓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즉 국회는 ‘반기문 대권놀음’을 당장 집어치우고 국민 대표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집권 새누리당과 제 1 야당 새민련이 높이 쳐들어야 할 기치는 ‘반기문 대망론’ 이 아니라 절체절명(絶體絶命)에 직면한 경제의 회생과 절망에 놓인 민생의 회복이다.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부나방처럼 권력의 헤게모니를 쫓아 국정을 내동댕이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자신들에 대한 농익은 국민의 분노가 쓰나미가 되어 모두 휩쓸고 갈 수 있음을 냉혹히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