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참여 수준에 민주주의 성숙 여부 달려 있어

현대인들은 다양한 불행을 모두 경쟁의 탓으로 돌린다. 많은 이들은 경쟁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불행의 원인이 된 경쟁은 다름 아닌 시장경제에서 나왔다고 단정하여 시장경제를 비판한다. 최근 자유경제원은 경쟁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경쟁의 의미 되새기기 위해 '경쟁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아래 글은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이 정치적 경쟁에서 바라본 경쟁의 모습이다. [편집자주]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정치 영역의 대부분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의 제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안보, SOC, 치안, 제도설정이나 분쟁해결 등이 그것이다. 그것은 국가를 단위로 한 다른 시장의 효율성과의 경쟁이기도 하다.

안보불안정과 사회간접자본의 미비 혹은 분쟁해결의 불공정성이 뒤떨어지는 국가와 시장은 다른 국가와 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기능과 번영체제가 원활히 발휘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시장의 안정성, 공정성 및 효율성은 곧 정치적 영역에 의해 만들어지는 국가의 안정성, 공정성 및 효율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경쟁력이란 경제나 산업 경쟁력과 함께 하며, 시장경제구조의 일부이자, 시장경쟁의 수준은 정치경쟁의 수준이다. 결국 경제든 사회든 그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경쟁의 수준을 성숙시키고, 그에 참여하는 정치소비자의 성숙한 참여가 요구되는 것이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소비자의 성숙을 위해서는 특정 정치소비자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함께 나눠야할 다른 나머지 정치소비자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이해 및 동참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체가 성숙하지 않으면 개인이 성숙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민주주의는 정치소비자로서의 국민 개개인이 성숙해져야 원활히 돌아가는 체제이다. 이를 통해 다수지배를 원리로 하는 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사진은, 정치경쟁의 폭력적 양상을 그대로러내고 있는 '동물국회'의 모습이다. 

특히, 다수지배를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는 조세부담자와 조세혜택자의 항상적 대결구조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다수의사로 결정되는 선거경쟁은 부담능력과 결정능력의 불일치를 만드는 1인 1표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공동체가 사용해야할 공적자금을 만드는 세금 부담능력이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나 똑같기 때문이다.

정치경쟁은 조세부담 능력자와 조세지출 수요자 간에 불일치가 상존하는 유권자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모순적이기도 하고 불만을 만든다. 선거라는 경쟁 메커니즘상 다수 지지를 받기위해서 대표자나 정당들도 항상 부담자에게는 적게 걷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다른 한편 혜택자에게는 많은 것을 누리게 하겠다는 구조적 문제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조세부담자와 복지혜택자간의 불일치문제로 1인 1표 민주주의는 재정적자와 재정위기(fiscal crisis)를 항상적으로 불러올 가능성을 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 선거권 확대과정은 소수의 제한된 귀족이나 조세부담 능력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며, 민주주의의 성숙이란 곧 정치참여자의 합리성 수준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의 합리화는 물론 시장경쟁은 시장적 방식에 의해 진화하는 것이면서도 정치적 방식에 의해 규정된다. 정치의 성숙이 시장의 성숙을 가져온다. 제도를 만들고 공적 자원의 배분에 정치가 영향을 미치기에 경제적 방식에 의한 정치적 경쟁에의 참여 확대는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시장적 국가’냐, ‘반시장적 국가’냐 하는 것은 국가를 운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자유주의국가냐 반자유주의국가냐 하는 것도 만드는 것이고 만들어진 결과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정치를 배제하거나, 가급적 도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정치에 참여하여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반시장적 국가로 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시장이 만든 가치의 30% 전후를 시장으로부터 정부가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조세-예를 들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1,200조원의 총생산액 중 정부가 조세로 거둬 사용하는 400조원 규모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로 거둬 공적 자금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상당부분 정치의 문제이다. 자유경쟁의 룰을 만들고 운용하게 하는 권위적 배분으로서의 정치영역을 배제하거나 적극적 관여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반시장적 구조의 확산과 경제외적 규제에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경쟁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왔다. 정치는 질서 및 제도 형성과 공적자원의 배분 기제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회와 시장의 일부다. 시장의 소비자처럼 정치는 유권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변화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경쟁의 결과인 국가나 제도, 혹은 공적 기구로부터 영향 받지 않고자 하는 소극적 사회는 문제해결만 늦추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만 만들어낸다. 물론 그 결과는 국민이 만든 부와 세금을 사용하는 국가(정부)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에게 공적 제도와 수단을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불필요한 자의적 ‘정부 개입’을 막기 위해서도 국민과 정치소비자의 ‘시장 개입’이라 할 수 있는 정치참여가 필요하다. 자유와 민주의 확대, 그리고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해서도 정치적 경쟁과 정부에 대한 참여확대를 통한 민주주의 성숙과제는 공동체 구성원 그 누구도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