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무상보육 문제는 좌우 문제,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능력의 문제다. 무책임한 진보좌파가 이 문제를 보수·진보의 가늠자로 삼고 있을 뿐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앞서 홍 지사는 경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비 집행 실태 감사 거부에 맞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소외계층과 서민들의 교육비지원에 무상급식 보조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동안 비판 없이 집행돼온 무분별한 무상급식비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을 지원받는다면 그에 대한 감사도 당연히 받을 수 있을 텐데, 전교조 출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모든 것은 교육감이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하며 감사를 거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박 교육감은 “더 이상 아이들의 밥그릇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이들의 밥그릇이라는 구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박 교육감을 비롯한 소위 진보교육감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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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원들이 지난 15일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
경남도교육청의 경우만 해도 차상위계층 130%까지는 급식비와 교육비 전액이 국비로 지원되고 있다. 도의 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가난한 아이들이 밥 굶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면 무상급식 확대에 여러 시·도에서 특수아동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학습지원이 대폭 감소했다.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다.
진보를 자처한다면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법인데, 부잣집 아이들까지 밥을 먹이기 위해 가난한 아이들 학습권마저 뺏어가는 이 노릇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감사원이 ‘공개한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실태’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한 ‘친환경무상급식’의 실상은 ‘바가지농약급식’이었다. 수차례 농약이 검출된 업체의 식자재가 계속 공급됐다. 공급가는 비상식적으로 비쌌다. 당연히 급식의 질은 떨어졌다.
학교가 몰라서만 당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선 불량 식자재 납품 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에서 지정하는 업체와 거래해야 해 원성이 나왔다. 일선에선 식자재 가격이 두 배로 비싸도 지정된 가격으로 사야 했고, "시장가가 아닌 급식예산 총액에 맞춰 식자재 가격을 책정한다"거나 "해먹어도 너무 해먹는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그렇다고 센터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터를 이용하지 않는 학교에 표적 감사를 했기 때문이다. 센터를 이용하면 감사를 하지 않았다. 센터는 무상급식 정책 추진과 각종 관련 투표나 선거에 개입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위원장에 의해 운영됐다.
결국 감사원 감사 결과 센터에서 업체들과 유착이 있음이 드러났다. 접대를 받고 특정 업체를 지정해주기도 하고, 수차례 문제가 드러난 업체의 기만을 덮어주기도 했다. 이에 따른 검찰 수사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미 유착과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조희연 교육감은 다시 센터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의계약 범위도 교육부 지침을 무시하고 곽 전 교육감 당시와 같은 수준인 2000만 원으로 늘리고 또다시 학교급식 안정성 검사 사업을 식중독균을 검사하는 식중독 관리사업에 통폐합했다. 배 상임위원장에게는 다시 혁신교육추진단 분과장을 맡겼다.
이렇게 무늬뿐인 ‘친환경무상급식’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집착하는 이유는 당연히 선거와 이권이다. 2010년 이후 꾸준히 관련 단체들이 진보교육감이나 야권 지자체장들의 선거를 지원했다. 지지단체에 참여하는가 하면 아예 대놓고 선거를 앞두고 협약을 맺는 사례까지 있다. 단체 혹은 업체는 이권을 챙기고, 교육감과 지자체장들은 표를 챙기는 것이다.
사실 무상급식 이슈는 시작부터 이권을 위한 허위에 불과했다. 2010년 당시에도 이미 저소득층 무상급식은 시행되고 있었고 확대되고 있었다. 오히려 무상급식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 특수교육 대상자, 한부모 가정 자녀를 위한 예산이 삭감될 판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소위 진보 진영에서는 ‘눈칫밥’ 구호를 들고 나왔다. 무상급식 먹는 아이들이 눈치를 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직접 무상급식 대상자를 조사하지 않고 지자체를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 이미 도입 직전이었다. 무상급식 이슈 실종을 막기 위해 야권은 관련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결국 아이들에게 강제로 눈칫밥을 먹게 했다. 막대한 예산을 쓰지 않고 눈칫밥을 해결해줄 수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항상 무상급식 이슈가 나올 때마다 진보교육감들이 외치는 구호는 ‘밥그릇’이다. 이 말 속에 그들의 진심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이들의 밥그릇은 아닌 것 같다. 몰래 따로 챙겨주고 싶은 ‘어른들의 밥그릇’을 말하는 모양이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