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CJ ENM, 20% 인상안 두고 협상 진전 없어
과기부 중재안 주목…민사소송 가능성도
   
▲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케이블TV 3위 딜라이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3사 IPTV에 밀리며 가입자 정체·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데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CJ ENM과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도 결렬되면서 소송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오후 딜라이브와 CJ ENM 관계자를 불러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중재에 나선다.

과기부는 채널송출 중단이 소비자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는 만큼 어떻게든 협상 물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정부 중재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결국 양사가 합의를 이뤄야만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양사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딜라이브는 케이블TV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용료를 측정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때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호령했던 케이블TV, 이른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IPT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케이블TV는 IPTV의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까지 묶어서 싸게 파는 '결합 판매' 등 마케팅 전략과 규모에서 밀리며 가입자 수와 매출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딜라이브는 그간 시청자 정체와 매출 감소에도 프로그램 사용료 예산 중 25%를 CJ ENM에 지불해 왔지만 이번 가격 인상 폭은 상생을 무시한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케이블TV 1, 2위가 IPTV에 팔리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CJ ENM의 콘텐츠에 공정한 값을 지불하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며 "돈은 한정적인데 CJ ENM 프로그램 사용료만 과도하게 높아지면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CJ ENM은 최근 4년간 프로그램 사용료를 동결했다며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블랙아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경쟁자인 지상파 방송사에게는 재송신료를 인상해주면서 킬러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CJ ENM의 사용료 인상을 반대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사는 기본적인 사실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갈등 봉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지난 3월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안 등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지만 딜라이브로부터 어떤 회신도 받지 못했다며 딜라이브 측이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딜라이브는 CJ ENM 공문을 받은 뒤 답변을 한 것은 물론 양사간 오프라인 면담에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임원이 참여하며 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용료 갈등이 민사 소송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고 광고주들이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로 투자를 전환하며 방송시장 매출이 좋지 않다"며 "여기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동영상 플랫폼이 넘쳐나며 CJ ENM도 자사 콘텐츠 값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CJ ENM은 킬러 콘텐츠를 다수 보유해 원하는 곳이 많아 협상이 안 되면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