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중간배당 실시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실물경기 지원을 위해 금융사에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자제해 줄 것을 여러 차례 당부해왔다.
국내 은행들은 통상 1년에 한 차례 3월 정기주총 때 배당을 실시한다. 반면 하나금융은 국내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당국의 압박 속에 배당금 지급 여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까지 관여하는 것은 자칫 관치금융으로 내비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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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주주명부 폐쇄하면서 시장에선 중간배당을 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했다고 중간배당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7월말 이사회를 통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중간배당 실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지주사가 출범한 지난 2005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단 한 차례 중간배당을 거른 경우를 제외하고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현금배당을 놓고 당국이 여러 차례 자제령을 내리면서 15년간 지켜온 중간배당 전통이 올해도 지켜질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에서도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자사주 매입금지 및 배당금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금융사에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4월 유럽중앙은행 등이 코로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자제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이에 대비한 건전성 유지를 위한 당국의 권고이나, 시장에선 이를 두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상장 금융사의 배당문제까지 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6570억원으로 지난해 1500억원의 중간배당을 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배당 여력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금융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까지 관여하는 것은 자칫 관치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