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홍상삼(30)이 KIA 타이거즈 이적 후 처음 승리투수가 됐다.

홍상삼은 9일 kt 위즈와 광주 홈경기에 KIA가 3-4로 뒤지고 있는 6회초 1사 1루에서 팀 3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교체됐다. 안타는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볼넷을 4개나 내주며 위태로운 상황이 많았다. 

그래도 삼진 2개와 병살타 유도 등으로 위기를 넘기고 실점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특히 7회초 볼넷 3개로 2사 만루로 몰린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박준표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해준 도움이 컸다.

마침 KIA 타선이 홍상삼이 등판해 있던 6회말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고, 8회말에도 추가 4득점해 10-4로 이기면서 홍상삼은 승리투수가 됐다.

   
▲ 사진=KIA 타이거즈


홍상삼이 승리를 맛본 것은 두산 소속이었던 2018년 7월 21일 잠실 LG전 이후 거의 2년 만이었다.

물론 이날 홍상삼의 구원승은 운이 따른 것이었다. 6회초 실점 위기를 넘긴 다음 곧바로 팀 타선이 역전 점수를 내줬고, 7회초 위기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박준표의 구원 도움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홍상삼의 승리투수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한 점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등판해 추가실점 위기를 막아준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된 것은 분명했다.

또한 홍상삼이 최근 무실점 퍼레이드를 벌여온 것도 주목해야 한다. 홍상삼은 지난 6월 14일 SK전에서 실점(1⅓이닝 1실점)한 이후 이날 경기까지 9경기 연속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피칭을 이어왔다.

이렇게 든든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입지를 굳혀온 홍상삼이기에 등판하면 쉽게 점수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동료들에게 심어줬다. KIA 타선의 이날 역전에는 홍상삼의 지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홍상삼의 이적 첫 승은 공황장애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결국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됐던 것을 떠올리면 개인적으로 무척 감격적인 일이다.

홍상삼의 재기는 두산에서 방출된 그를 영입해 기회를 준 KIA에도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니다. 홍상삼은 올 시즌 14경기 등판해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2.13(12⅔이닝 3실점)의 호성적을 내며 불펜 필승조로 든든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모처럼 승리투수가 된 홍상삼은 "기분이 좋다. 던질 때는 승리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끝나고 나니 승리의 기분이 느껴졌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히면서 "내가 위태위태했지만 (박)준표가 잘 막아줬다. 준표가 뒤에 있어 믿고 던졌다"며 박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진작에 홍상삼의 가치를 알아봤다. 감독이 선정하는 팀 자체 6월 MVP로 투수 부문 홍상삼을 지명했던 것. 

홍상삼은 이에 대해 "감독님이 많이 생각해주셨다. 편하게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긴다"는 말로 감사를 표했다. 또한 홈런을 맞거나 폭투를 범해도 좋으니 자신있게 던지라는 조언을 해준 서재응 투수코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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