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가 내놓은 22번째 부동산 정책의 골자는 기승전세금이다. 공급은 없고 역대급 세금폭탄만 안겼다. 다주택자의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2~3배씩 올리는 '고통의 정책'을 고수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시장의 경험을 외면했다.
"2채 이상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극언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이다. 7·10 부동산 정책은 정부와 여당의 인식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에서 벗어남이 없는 정책이다.
숱한 실패로 끝났음에도 여전히 세금폭탄으로 시장과 전투를 하겠다는 자세다. 미래와 국민을 보는 정책이 아니라 자만과 오기로 뭉친 정치가 시장을 덮었다. 22번째의 실패는 반성보다 해볼 테면 해보자는 식의 밀어붙이기 감정싸움으로 비친다.
7‧10대책은 '세금폭탄 3종 세트'로 구성된 역대급 규제다. 다주택자가 집을 사고(취득세), 보유하고(종합부동산세), 파는(양도소득세) 모든 단계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한다. 매물잠김과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주거안정보다 부자 때리기란 정치 공학적 의심이 간다.
정부의 7·10 대책은 취득·양도·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모두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최고 4%인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린다. 종합부동산세율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오른 6.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양도세도 1년 미만 보유 시 70%, 2년 미만 보유 시 60%씩 매기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초법적이다.
살 때도 세금, 살아도 세금, 팔아도 세금으로 이유 불문하고 다주택자의 투자 수익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출구 없는 잔인한 정책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양도세까지 올리는 것은 이중과세다.
출구 없는 정책은 매물을 줄여 또다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 스스로 출구 없는 정책임을 자인한 정부도 내년 6월까지 시한을 유예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에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마저 없어진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 등 우회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증여에 대한 대책도 차후 내놓을 방침이다. 이 또한 전가의 보도처럼 세금이라는 칼을 빼들 것이 뻔하다. 조세 부담은 매물 잠김과 임대료 인상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할 경우 전셋값 폭등 같은 이차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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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정부가 내놓은 22번째 부동산 정책의 골자는 기승전세금이다. 공급은 없고 역대급 세금폭탄만 안겼다.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 21번의 전투에서 패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건재하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 모두는 '편안한 내 집'에서 '더 편안한 내 집'을 원하는 사실상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계층 이동의 실수요자다.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가진 자가 죄인이기보다는 실패한 정책이 부른 잘못이 크다.
사람들도 경제적 변화와 환경에 따라 더 큰 집이나, 더 편한 집을 원한다.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한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어쩔 수 없이 투기성을 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악덕 투기꾼 취급하는 정부와 그들을 세금으로 때려잡자는 정책이 문제다.
21번째 대책에 이어 22번째 대책에도 시장이 원하는 공급대책은 없다. 책임이나 반성보다는 오기로 밀어 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편가르기에 계층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진다. 99대1의 논리를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오염된 정치다.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었다. 정부·여당·청와대 인사들이 두세 채씩 가진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국민들은 목격했다. 버티는 자와 서둘러 처분하려는 자, 그리고 그 사이에 웃지 못 할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사람들이 내 놓는 정책을 누가 신뢰할까. 21번의 전투에서 패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건재하다.
벌써 23번째 정책이 궁금해진다. 내용보다 시기가 언제일까에 관심이 가는 건 정책보다 정치의 포퓰리즘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공급확대 등 근본적 해법 없이 조세정책으로 투기를 잡겠다는 '고통의 정책'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정부의 고집스런 세금정책은 다주택자보다 주거약자를 먼저 때리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피해자가 정규직이나 안정된 일자리보다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노동약자'를 먼저 때렸듯이.
고위공직자 3분의 1이 다주택자인데 이런 사실을 정말 모를까. 아님 진짜 주거약자가 아니라서 진실로 고통을 모르는 것일까. "집을 팔라"는 권고는 "집을 보유하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3년여만에 22번째 대책은 약발을 받을까. 약발 없는 정책의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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