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기업환경 5위 논란…중앙·지방정부 2중 규제도 문제

기업규제의 개선과 경제자유의 확대는 모두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것은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할 때에 기업규제의 완화나 경제자유의 확대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사를 준다. 세계은행 기업환경 지수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규제 및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제도들을 이용하여 만든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은행 기업환경(Doing business) 지수는 매년 급속히 상승하여 올해 세계 5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필자는 2003년부터 시작한 세계은행 기업환경 평가 자료를 가지고 2007년 우리나라 기업환경을 분석·평가한 바 있다. 

2007년 세계은행 기업환경 순위 30위인 시점에서 세계 5위가 되기 위해서는 창업 등 각 부문별 기업환경 조건의 많은 부분을 개선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2007년 30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2014년에 5위로 뛰어 올랐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압축적으로 달성한 것처럼 세계은행 기업환경 순위 5위의 목표도 7년 만에 달성되었으니 기업환경 관련 규제개혁도 압축적으로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4년 189개국 중 전기공급 부문에 있어서는 1위를 달성하였다. 세계은행 조사항목에 포함되었던 인력고용 부분의 규제에 있어서 2009년에 하위권인 150위를 나타내었고 재산권등록 부문과 자금조달 부문에서 각각 79위와 36위를 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기는 하지만 창업부문, 소액투자자보호 및 세금납부 부문에서는 과거에 비해 극적인 개선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환경 개선 결과를 놓고 많은 기업인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보이는 규제뿐만 아니라 숨은 규제(hidden regulation)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행정지도·구두지도, 강력한 권고와 지침, 근거 없는 진입제한, 가격통제, 부당한 인·허가 절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건수를 보아도 우리나라의 행정규제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더구나 기업에 대한 핵심 규제로 볼 수 있는 경제관련 규제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중앙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규제도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지방의 등록규제는 총 52,541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23.5%는 국토도시개발 관련 규제이고 13.6%는 지방행정 관련, 9.5%는 환경관련 규제 그리고 8.0%는 주택·건축·도로 관련 규제로 나타났다.

이들 규제는 주로 인·허가 관련 규제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규제 중에는 법령 등에 정식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의 규제로 작용하는 미등록 규제나 늑장행정, 인허가 처리의 지연, 재량권 남용 등과 같은 행태 규제 등이 지방정부 규제의 특징이자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셋째, 세계은행의 독특한 기업규제 산출방식에 따른 것이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지수는 기업활동의 각 단계별로 나타나는 규제 가운데 법적·제도적 근거가 있는 기업활동의 제약 요인들을 절차, 시간, 비용과 같은 항목들로 일관성 있게 정리하여 기업환경을 산정하고 있다.

   
▲ 숨은 규제·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는 기업가들의 호소는 규제완화 작업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은행 발표 5위의 기업환경 결과를 놓고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이유는 세계은행 기업환경 지수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숨은 규제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 등 10개 부문의 관련 규제들을 포함하여 이들 요인에 한정하여 기업환경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체감 규제와 괴리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세계은행 평가항목 부분 개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기업환경 순위 상승은 우리나라 전반의 기업규제 환경이나 기업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기업환경과 관련된 이러한 법과 제도들이 현실의 집행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괴리를 더욱 크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더구나 IMD(국제경영개발원), WEF(세계경제포럼)와 같은 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이 기업인의 주관적인 만족도를 점수에 반영하여 순위를 추계하지만 세계은행 기업환경 조사는 법제도 구비 측면만 조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양 기관의 우리나라 경쟁력 평가결과는 노동시장규제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나타내고 있고 또 세계은행 기업환경 순위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업하기 편하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업 및 경제 성장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은행 기업환경 5위 달성은 그 자체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세계은행이 평가하는 기업환경 지수가 빠른 상승을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세계 체육제전인 올림픽경기에서 금메달을 많이 땄다고 그 나라 국민의 운동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지 않은 것처럼 기업환경 구성요인이 제한적이고 또 그러한 요인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진 기업환경 지수는 국내 기업환경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세계은행 기업환경 지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나라가 어떤 규제를 개선하면 기업환경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경제 전반에 퍼져있는 규제를 털어내는 대신에 세계은행 기업환경 지수에 포함된 구성요인을 중심으로 기업환경 지수관리를 통해 순위 상승이 이루어진 것일 경우에 체감 규제와의 괴리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기업생태계 전반에 포진되어 있는 숨은 규제와 지방규제 등 규제 전반이 기업하기 편하도록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숨은 규제·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는 기업가들의 호소는 규제완화 작업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은행 발표 5위의 기업환경 결과를 놓고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이유는   세계은행 기업환경 지수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 숨은 규제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투자의 증가는 낮고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으로 가는 해외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국내의 공장설립, 노동규제, 인허가, 자금조달 등에서 규제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밖으로 나가는 기업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기업환경을 글로벌화 된 기업의 눈높이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밖에 없다.

부가가치의 창출 측면이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나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규제는 대폭 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경우 더욱 규제완화가 중요하다. 규제완화는 단지 기업의 비용부담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경제전반의 자원이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경제전반의 효율성·생산성을 높이고 이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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