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21개 APEC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경제통합 모델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제22차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 선도발언을 통해 'FTAAP 실현을 위한 로드맵' 채택을 적극 지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로드맵은 APEC 회원국들이 FTAAP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진전시키자는 합의를 담아 정상선언문 부속서로 채택될 예정이다. 또 FTAAP 실현 관련 공동전략연구를 개시해 2016년 말에 각료회의 및 정상회의 때 최종 보고서와 권고안을 제출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다.

   
▲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세션1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뉴시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AP는 아·태지역 전체를 묶어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는 것으로 역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넓은 범위의 구상이다.

이를 박 대통령도 적극 지지함으로써 2006년부터 APEC에서 논의돼온 FTAAP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합의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에서도 "현재 아태지역에서는 여러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각각의 논의가 지류라면 FTAAP은 큰 강에 비유할 수 있다"며 지지의사를 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도발언에서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세계 경제의 침체는 APEC 회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아·태 지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역내의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가속화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차원에서 중국이 제안한 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며 "회원국들이 FTA 협상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차세대 무역 이슈에 대한 일을 높여 나가면서 FTAAP의 전략적 공동 연구, 협상 역량 강화 사업 등을 순조롭게 추진해나간다면 보다 수준 높고 포괄적인 FTAAP 실현을 위한 협상을 조만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FTAAP 실현에 장애가 되는 회원국 간 FTA 협상 역량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해온 '지역경제통합 역량강화사업(CBNI)'의 2단계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 역시 정상선언문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글로벌가치사슬(GVC)에 더 많은 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주요 산업별 중소기업의 GVC 참여 연구사업'을 제안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저성장 극복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주도의 다자무역체제를 중심으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회복 필요성 등 무역투자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발리 패키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WTO 다자무역체제가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면서 "APEC 정상들은 이러한 교착 상태가 조속히 해소돼 DDA 협상이 조속히 정상 궤도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협상과 서비스 협상, 환경 상품 협상 등이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APEC 차원의 보호무역조치 동결 약속을 2018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비관세장벽 등 보호무역조치 확산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겪게 될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더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