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기내 면세 사업부 매각 추진에 "알짜 왜 파나…의구심"
대한항공, 당초 송현동 호텔 부지 내놨으나 서울시 방해로 매각 실패
그룹 정상화 바란다며 경영진 우호지분 확보 차원 매각 시 문책 거론
경영난국서는 주주 이익 실현 위해 조원태 회장에 힘 실어줘야
   
▲ 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심각한 경영난 탓에 기내식·기내 면세 사업부까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진칼 최대주주 사모펀드 KCGI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 경영진이 유휴자산이 아닌 알짜 사업부를 갑작스레 매물로 내놔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다"며 "매각 의도에 대해 의구심이 들며 우려를 표한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KCGI의 주장에는 굉장한 허점들이 존재한다. 당초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를 공개 입찰을 통해 시장에 내놓고자 했고, 10여개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고, 서울시가 시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2년에 나눠 지급하겠다고 해 응찰 희망 기업들이 자취를 감춰 대한항공의 구조조정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경영진은 발등에 불 떨어진 셈이 됐고, 당장 회사를 살리기 위해 효자 노릇을 하던 사업부들을 대체 매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KCGI는 평소 한진그룹에 줄기차게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그랬던 KCGI가 기내식·기내 면세 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대한항공 노동조합원들의 입장에 공감한다며 직원 고용 불안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여론을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다면 KCGI는 왜 한진그룹이 유휴자산을 파는 과정에서 거론된 왕산레저개발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가. 이것만 봐도 '주주 가치 제고'를 주장해온 KCGI가 명분 쌓기에만 치중하며 한진칼 경영권에만 군침을 흘려 투자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제공
KCGI는 보도자료에서 "누구보다도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바라고 있으며,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한진그룹 경영진의 시도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 현 경영진 측 우호지분을 확보하고자 이번 매각을 진행할 경우 관련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보도자료 전체가 자가당착 투성이다.

현재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업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존폐의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때 아닌 보도자료로 한진그룹 경영진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은 KCGI 자신들을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이익 실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지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비난과 비방을 멈추고 오히려 힘을 실어줘 계열사 경영 정상화를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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