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재계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자본에 의한 기업 경쟁력 훼손, 역차별 가능성 등 경영활동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경제단체들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하며 기업들의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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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선박과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한국선주협회 제공 |
우선 재계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제다.
재계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가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감사위원과 이사라는 이중 지위가 있어, 분리선임 시 대주주는 이사선임권까지 3%룰의 제한받는 결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룰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합산해 3%룰이 적용된다. 하지만 2·3대 주주 등은 국가별, 펀드별 소유권을 분리해 개별 3%룰이 적용된다. 이러한 규제 격차를 통한 경영위협에 국내 기업은 취약한 처하게된다.
또 감사위원의 분리선임이 강제될 경우 이사회 장악 시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 후보자의 철회를 빌미로 주식의 고가매수를 요구(그린메일)하는 등 남용에 대한 사전적 규제도 미비한 상황이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상법상 회사는 출자자의 구성을 고려해 독립적 법인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자자가 아닌 모회사의 주주에 의해 제기된 소송으로 인해 자회사의 주주권의 상대적 침해 발생해 현행 상법체계와 개정안 간의 법리적 충돌 가능성 있다.
여기에 상장모회사의 소수주주권을 바탕으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 등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경영권 침탈 또는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기자본 등에 의해 기업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문제로 꼽힌다.
지주회사에 대해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높일 경우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분매입 비용 증가가 불가피 하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그동안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 유도 정책과도 배치돼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되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효율성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규제 순응을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경우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시그널로 인식돼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수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는 제도간 충돌의 여지도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는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축소토록 하는 반면,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높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주회사는 일반 기업집단에 비해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도간 충돌로 인한 피해까지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고소·고발 남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게 이번 개정은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자 측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이익을 얻고 나가려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소싱이 활발한 가운데 계열사 거래를 규제한다고 해도 중소기업에 물량이 돌아갈지 의문”이라면서 “현재 우리 법 규정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큰 차이가 없다. 대의명분에만 따라 움직이면 곤란하다. 기업의 얘기를 듣고, 현실을 본 뒤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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