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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금융감독원이 왜 폭주하는가? 불공정거래 규제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업무까지 간섭하면서까지 자동차산업에 타격을 주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공정위에서 무혐의처분을 내린 사안에까지 금감원이 규제를 신설하려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규제혁파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두차례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통해 '규제는 죽여야 할 암덩어리', '쳐부셔야 할 원수'라며 강한 톤으로 규제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는 관료들에 대해서는 승진등의 인센티브도 주겠다고 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런 박대통령의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금융이 주력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되레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금감원이 자동차업계의 계열 할부금융사 이용을 강도높게 규제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차가 계열 현대캐피탈을 통해 구매고객들에게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2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75%는 현대차 기아차 구매자들이 현대캐피탈 외에 다른 캐피탈사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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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로고 |
이것은 얼핏 특정할부금융사의 독과점을 시정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S사 등 일부 카드및 할부금융사들이 집요하게 금감원에 로비를 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동차할부금융은 현대차 기아차 계열사만 있는 게 아니다. 수입차업계도 대부분 계열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 판촉을 해왔다. 일본 도요타 혼다 독일 BMW 폭스바겐 벤츠은 계열 캐피탈사를 통해 자사차량 구매고객에게 장기 할부금융을 해왔다. 수입차 계열 할부금융사는 취급물량 100%가 자사 차량들이다. 금감원이 할부금융 25%룰 강행할 경우 수입차할부금융사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계열 할부금융사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계열 할부금융사를 통해 자동차판촉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의 된서리를 맞게 된다. 고객들은 수천만원대하는 자동차 특성상 대부분 할부금융을 이용해서 장기간 분할상환하고 있다. 만약 금감원이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을 막으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판매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파문이 커지자 금감원이 현대차와 기아차만 25%룰을 적용하고, 수입차업계는 현행대로 묵인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감독당국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드러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만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금감원의 이같은 규제움직임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할 수 있다. 법이나 규칙은 투명해야 한다. 모든 대상에게 적용돼야 한다. 수입차 업계는 봐주고,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는 자동차업체만 모래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산업의 혈맥인 금융이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그동안 25%룰은 보험업계의 방카슈랑스에만 적용됐다. 보험업계야 고객의 돈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여신제한등을 받아야 한다. 반면 할부금융사는 수신기능이 없다. 여신기능만 있다. 운용잘못으로 고객돈을 날려버릴 위험성이 없다. 수신기능이 있는 보험업계 25%룰을 수신업무가 없는 자동차할부금융까지 확대하는 것은 억지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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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계열 할부금융사에 대해 25%룰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도 않았다. 금감원은 이런데도 대기업 독과점문제를 들고나와 현대차 계열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독일 일본 등 수입차업계에 대해선 25%룰 적용을 배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정사안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수입차업계에 대해선 기존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역차별 논란을 부채질할 뿐이다. 벤츠가 다양한 계열 할부금융을 통해 자사자동차 판촉을 벌이고 있다. |
금감원이 주장하는 독과점논란은 사실과 다르다. 금감원은 대기업집단의 독과점완화차원에서 계열 할부금융을 제한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완화하기위해선 이같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
현대차와 기아차는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가 전체 카드 가맹점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3%에 이른다. 수수료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KB국민카드 전체 결제액에서 점유하는 현대차 비중도 고작 1.3%(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점유율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결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도 않았다.
현대차는 최근 국민카드와 계약기간이 만료돼 갱신하지 않았다. 절차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다. 현대차가 우월적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한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오히려 계약연장을 요청하는 등 최대한 거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수수료율도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격비용에 따라 1.95%에서 0.7%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자동차에 대한 현행 복할할부금융 카드결제 수수료율 1.95%는 지나치게 높다. 자동차 구매자가 결제수단으로 카드를 하루 이틀 이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카드결제 후 곧바로 할부금융사 서비스를 받는다. 현대차 기아차의 경우 이 짧은 기간에 연간 1000억원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야 한다. 대당 차량가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하는 것에 대해 수수료 1.95%를 적용하는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수천원, 수만원, 수십만원, 더 나아가 수백만원대이하의 일반 상품 결제시 가맹점이 내는 수수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87조원, 50조원으로 이중 국내판매시 카드결제비율의 경우 6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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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가 독일과 일본 수입차에 대응해 내놓은 대형 세단 아슬란. 금감원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계열 현대캐피탈 판매를 제한할 경우 양사는 수입차와의 판매경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된다. |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수요율을 조정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타당하다. 카드 복할할부는 일반 카드거래와 달리 자금조달 비용과 대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고객들에게 현금서비스를 하고, 상품결제시까지 자금을 융통한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자동차 계열 캐피탈에서 자금을 조달해서 고객에게 할부금융을 해준다.
카드수수료를 금감원과 카드사 등 여신업계가 책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연간 14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현대차와 기아차 같은 핵심 가맹점은 수수료 책정과정에서 배제돼 있다. 이것도 불합리하다.
이같은 특성과 차이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카드 복합할부금융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자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당한 행위가 결코 아니다. 갑질도 아니다.
금감원은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니, 대기업의 독과점현상 제한 등의 명분으로 자동차산업에 심각한 장애물을 추가하려는 행태는 접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할부규제를 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금감원은 규제본능의 DNA를 잘라내야 한다. 국내단위의 협소한 시각에서 자동차산업을 보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할부금융실태를 감안해서 감독정책을 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간 800만대를 생산, 판매중이다. 세계 5대 메이저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했다. 국내외 자동차환경은 무척 어렵다. 악재가 많다. 일본 아베총리와 일본중앙은행은 노골적인 엔화가치 하락으로 한국의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데 혈안이 돼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원화환율 하락)도 미국 시장에서 미국차와 독일차, 일본차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부담을 주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경환부총리가 추진하는 ‘초이노믹스’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내수서비스 시장 개방, 그리고 과감한 기업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의 할부금융 25%룰 신설움직임은 초이노믹스에 어긋나는 것이다. 박대통령이 끝장토론을 통해 그렇게도 강조했던 규제혁파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는 복합할부금융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복합 할부금융 철폐사안은 이미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10월 20일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인하해달라고 요청했다.
배석했던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수입차 딜러들도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한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자동차 판매마진이 고작 2~3%인데, 여기에 카드수수료 1.9%를 내고 나면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는 딜러들도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규제개혁 대상에 대해 오히려 옥상옥의 규제를 덫씌우려는 것은 금융선진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시장독점과 지배력문제는 금감원 소관사항도 아니다. 공정위의 고유업무다. 공정위는 자동차업계의 할부금융 실태에 대해 불공정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공연히 타부처 업무까지 숟가락을 얹혀놓고 부처간 갈등을 일으키려는 것은 삼가야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금융은 산업을 지원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금융이 오히려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안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