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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법정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공시했다.
이날 제주항공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 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당사가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체불 임금 등의 1000억원대 부채 문제를 지난 15일까지 해결해올 것을 이스타홀딩스 측에 주문했고, 업계는 이를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주항공이 제시한 날까지 이스타 측은 이렇다 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SPA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는 추가 입장을 내놨다.
또한 제주항공 제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할 경우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했고, 이와 동시에 배임 혐의에 제주항공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경영진이 인수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번 M&A 무산으로 인해 이스타항공은 회생 아닌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 청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당장 조종사 220명을 포함한 1600여명 규모의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외에도 사실상 폐업 상태인 지상조업자회사 이스타포트 300여명과 영세 협력사 직원들까지 합하면 이스타항공 M&A 불발로 인한 실업자 수는 2000여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를 불문하고 코로나 창궐 이후 우려했던 최초의 대량실직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라며 "업무 현장에서 고락을 함께했던 이스타항공 근로자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한때 기업 가치를 2000억원대까지 평가받던 이스타항공은 수차례 실사를 거치며 545억원으로 깎였고, 납입자본이 252억원이었던 초기 대비 현재는 -1042억원으로 자본 잠식률이 413.5%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매물로 나왔을 당시부터 이미 부실기업이었던 만큼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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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
한편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민주노총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완료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결단해야 한다"며 "M&A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는 향후 법정 공방을 시사하는 것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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