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주의보’를 내린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에 대해 KB증권이 중개업무 중단을 선언하면서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사설업체 난립으로 관련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중단을 선언하는 증권사가 추가적으로 나올 것인지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FX마진거래 중개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일단 내달 24일부터 FX마진거래를 위한 신규 계좌 개설 및 진입주문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계좌의 보유 잔액은 연말까지 모두 청산완료 한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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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FX마진은 두 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장외파생상품을 의미한이다. 최대 10배까지 차입(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다. 최소 1만달러(약 1200만원)의 개시증거금이 요구되지만 국내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통화도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거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 등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FX마진거래에 관심을 가졌다. FX마진거래에서 개인 비중은 99%에 육박한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지난 3월 이후부터 FX마진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개인들의 FX마진 거래대금 규모는 646억달러(약 77조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402억달러)보다 60.7%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사설업체가 증권사에 개인의 증거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FX렌트’가 성행하면서 FX마진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일 사설 FX마진거래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달 초에도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 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를 열고 사모펀드·개인 간(P2P) 대출과 함께 사설 FX마진거래를 집중점검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공지했다.
KB증권이 FX마진 업무를 중단하게 된 이유 역시 ‘투자자 보호’에 있다. 일반적인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반면 FX마진은 해외 중소형 업체가 많아 거래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증권사가 공식적으로 거래중단을 선언한 점에 대해서는 의외였다는 반응이 많다. 비단 KB증권 뿐 아니라 KB금융그룹 전체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KB금융이 신중한 행보를 해왔기 때문에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 같은 큰 악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심은 KB증권이 내놓은 선제적인 대응안이 다른 회사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총 7개 증권·선물회사가 FX마진거래를 취급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의보를 발령한 이후 모든 FX거래를 취급하는 모든 증권사들이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면서도 “(FX마진거래가) 투자보다는 투기 성격이 강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평판관리’ 측면에서 거래를 중단하는 회사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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