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종결공약, 거덜난 재정 더 악화시킬 '아편공약'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뭔가 좀 더 자극적인 사탕발림 공약은 없나 하고 고심해온 의원들의 잔머리 굴리기가 황당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원 80명이 최근 신혼부부에게 집한채를 주는 공약을 발표한 것은  심각한 논란을 빚고 있다. 핵심 내용은 연간 5만~10만쌍의 신혼부부들에게 1억원짜리  임대주택을 주겠다는 것. 발상은 홍종학 의원(비례대표)이 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등 친노계열 의원들이 대거 동조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의원도 가세했다. 우윤근 대표와 홍종학의원은 앞으로 10년간 100조원을 투입해서 신혼부부들에게 집을 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복지공약 중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신혼부부에게 집한채’ 공약은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 5만~10만쌍에게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새민련의 충정은 이해가 간다. 요즘 ‘3포세대’(취업, 결혼, 육아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어드는 것을 해소하고, 젊은 남녀가 결혼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서 출산도 촉진하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100조원을 투입해 신혼부부에게 1억원짜리 집을 주자는 것은 과잉 포퓰리즘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천문학적인 재원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임대주택 공급은 경제적 자립이 힘든 무주택자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주택자등의 주거안정을 돕는 재원을 모조리 신혼부부들에게 집한채 주는 것으로 전용하면 그 후유증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우윤근 홍종학의원의 신혼부부 집한채 구상은 거짓복지정책이다. 재정적으로 우선순위를 따져보지 않은 허황된 사탕발림이다. 1인1표의 민주주의가 아무리 중우정치로 타락한다고 해도 정도가 있다. 새민련은 끝없는 공짜복지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왔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반값아파트, 반값등록금을 내세운 데 이어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경기도 지사예비경선에서 무상버스공약까지 내걸었다. 신혼부부 무상주택은 무상복지의 종결자라 할 수 있다.

홍종학의원이 제시한 재원방안은 충격적이다. 국민연금을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건설비용으로 전용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대비한 쌈짓돈이다. 결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세대간 이전 지출에 필요한 기금이다.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임대주택 공약은 역대정권마다 제시됐다. 이명박정부는 행복주택을 대규모 짓는데 LH를 무분별하게 동원했다. LH는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거대한 부실공기업이 됐다. 박근혜대통령의 행복주택 14만가구 공약도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LH를 더욱 부실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짜 복지 선심은 나라재정을 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출신 지자체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은 내년 예산에서 법정 의무사항인 무상보육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3개월치 예산만 한정편성했다. 대신 자신들이 내건 무상급식을 한다며 학교시설 개선및 원어민 교사 채용예산등을 삭감했다. 서울 경기 등 일부 교육청은 외국어 등 순수교육예산을 최고 90%가량 삭감했다. 재벌손자들까지 점심을 주겠다는 과잉공짜 복지놀음을 하느라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의 재정이 말라가고 있다.

새민련은 복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공짜복지가 가능하다. 무상복지는 애초에 없다. 세금복지만 있을 뿐이다. 더많은 복지를 원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새민련은 세부담은 적게 하면서 복지는 왕창 주겠다는 저부담 고복지 아편공약에 혈안이 돼 있다.

이왕 무상주택을 내걸었으면 신혼부부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아예 모든 국민에게 집한채를 주겠다고 하지 그랬나 싶다. 이러다 모든 성인들에게 차한대 제공하겠다고 나설지 모르겠다. 최신 스마트폰 한 대도 공짜로 제공하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삼성전자 취직을 보장하겠다고 선동할지도 모르겠다.

   
▲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열 의원 80여명이 신혼부부에게 1억원짜리 주택한채를 주자는 사탕발림 공약을 내놓아 파문이 일고 있다. 좌파 학자출신의 홍종학의원(맨왼쪽)이 제안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문재인의원(맨오른쪽)등이 가세했다. 신혼부부들에게 주는 무상주택에는 100조원의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국민들의 노후쌈짓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하자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 홍종학의원의 무상주택 공약은 무상복지로 위기를 맞고 있는 재정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나쁜 공약이다.

새민련은 책임있는 제1야당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간 국정을 운영한 집권세력이었다. 노무현 정부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새민련이 번번이 국민의 표를 얻지 못한데는 비이성적인 포퓰리즘 공약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민련이 만년 야당으로 전락한데는 허황된 복지놀음외에 친북종북세력과의 연대, 반기업적인 경제민주화 등 급진좌파정책도 심각한 악재로 작용했다.

새민련은 2016년 차기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꿈꾸고 있다. 정권을 되찾으려면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가경제와 재정건전성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신혼부부 주택무상 공약은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 국민들은 이런 아편공약에 현혹되지 않는다.

무상복지, 공짜복지파티는 지금 파열음을 내면서 끝나가고 있다. 이를 무시한채 더 심각한 공짜복지로 국민들의 표를 매수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다. 올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지급등에 소요되는 재정만 22조원에 달한다. 3년후인 2017년에는 이 분야 지출이 3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재정위기가 벌써 가시화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에 충당하는 재정부담도 천문학적이다. 공무원 연금개혁방안에 대해 전현직 공무원들이 닥치고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번 준 것은 이렇게 줄이기가 쉽지 않다.

모든 공약은 재정을 감안해서 추진돼야 한다. 세입내 세출원칙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의원들의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공약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아편공약은 곤란하다. 국민들은 사탕발림 공약에 대해선 선거에서 표로 매섭게 심판할 것이다.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은 경제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복지놀음에 골든타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경제의 성장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규제개혁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