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가 차종 앞세워 호조…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한몫
르노삼성·쌍용차 직격탄…전월대비 판매, 완성차 큰 폭 감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내수시장을 버텨줬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폭이 줄며 완성차 업체들이 7월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고가의 차량이 존재하는 현대자동차는 그나마 선방한 모습을 보였고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실적 향상에 일조 했다. 다만 완성차 모두 개소세 인하폭이 큰 전달에 비해 판매가 감소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7월 내수 판매는 총 14만442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현대차가 큰 폭의 판매 증가를 보이며 전체 판매를 끌어올렸으나, 한국지엠은 증가폭이 이전 4개월에 비해 미미했고, 나머지 3사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전월과 비교하면 완성차 5사 모두 큰 폭으로 판매가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18.2% 줄었다.

이는 지난 2~6월 70%에 달했던 개소세 감면이 7월 들어 30%로 축소되며 소비자 유인 효과가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였던 개소세율이 3.5%로 2.0%포인트 오르며 상대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과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현대차의 경우 개소세 변동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7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8.4% 증가한 7만7381대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7.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점유율은 완성차 5사 총합의 절반을 넘어 53.6%에 달했다.

현대차의 독주는 개소세 감면 축소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고가 차종들이 많은 특성에 기인한다. 갓 출시된 신차가 많았던 점도 한몫 했다.

7월부터 개소세 인하폭은 줄어들지만 2~6월 적용됐던 상한액(100만원)은 사라지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차종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중차 중 고가에 속하는 그랜저와 팰리세이드 등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했다.

그랜저는 무려 1만4381대나 팔렸고, 팰리세이드도 6071대나 팔리며 오히려 개소세 변동 이전보다 판매가 좋았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G80이 6504대나 팔렸고, 올 초 출시된 GV80도 3009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형 아반떼는 개소세 변동에 따른 구매부담 상승에도 불구, 1만1037대의 판매실적으로 엔트리카(생애 첫 차) 수요를 싹쓸이하며 뛰어난 경쟁력을 과시했다.

기아차는 7월 내수판매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4만7050대로 단 30대 줄었다. 다만 2~4월 가파른 상승세는 멈춘 상태다. 전월 대비로는 21.6% 감소했다.

대부분의 차종의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쏘렌토(9488대, 199.7%↑), K5(8463대, 194.5%↑), 셀토스(3966대, 18.9%↑) 등 인기 차종들이 전체 판매를 견인했다.

한국지엠은 7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한 6988대를 판매했다. 개소세 1.5%가 적용되던 시기 국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던 트레일블레이저 대기수요가 남아있던 덕에 7월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차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7월 2494대가 팔린 트레일블레이저가 전체 실적을 플러스로 돌려놨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출시 초기 미국 판매용 수출물량에 주력하느라 물량 부족으로 신차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으나 지난 6월부터 국내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판매가 크게 늘었다.

다만 한국지엠은 전월 대비로는 무려 25.3%의 판매 감소를 기록하며 개소세 감면 축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개소세 감면 축소의 타격이 가장 컸다. 7월 내수 판매는 6301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2%나 감소했다. 완성차 5사 중 최하위다. 전월 대비로는 무려 53.9%의 감소폭으로 반토막이 났다.

한때 월 5000대 이상씩 팔리던 XM3가 1909대 판매에 그친 게 타격이 컸다. 가격이 저렴한 엔트리 차종이라 개소세 변동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차 부재로 개소세 감면폭이 컸던 2~4월에도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쌍용차는 개소세 감면이 축소되자 판매가 더 줄었다. 7월 내수 판매는 6702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0% 감소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31.2% 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4000대 내외씩 팔리던 티볼리는 7월 판매가 2000대 밑으로 떨어졌고, 플래그십 모델 G4렉스턴 판매도 1000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렉스턴스포츠가 3000 대 이상 판매되며 볼륨을 지탱해주고 있다.

한편, 수출 및 해외생산판매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7월 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0.8% 감소한 23만571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르노삼성의 7월 수출도 65.3% 감소한 2622대에 그쳤고, 쌍용차도 62.1% 감소한 787대의 초라한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경우 7월 해외판매가 17만2852대로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거두긴 했지만 감소폭은 3.7%로 선방했다.

한국지엠은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수출에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7월 수출이 2만764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다. 경차 스파크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미국향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이 크게 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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