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다양한 불행을 모두 경쟁의 탓으로 돌린다. 많은 이들은 경쟁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불행의 원인이 된 경쟁은 다름 아닌 시장경제에서 나왔다고 단정하여 시장경제를 비판한다. 최근 자유경제원은 경쟁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경쟁의 의미 되새기기 위해 '경쟁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에 미디어펜 경쟁에 대한 편견을 깨고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경쟁은 아름답다'를 일부 발췌하여 연재한다. 아래 글은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의 정치적 경쟁에서 바라본 경쟁의 모습이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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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
일반인들에게는 경쟁은 보통 하나의 상(賞)을 두고 다투는 과정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경쟁의 의미는 이런 과정의 의미와는 완전히 별개인 특정한 상태를 지칭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전학파의 경우에는 경쟁의 의미를 라이벌 관계(rivalry)로 파악하고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경쟁의 의미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고전학파 이후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에서는 경쟁의 의미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경쟁은 점차 행위가 아니라 어떤 (균형) 상태를 지칭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보자. 시장에서 공급하는 경쟁자의 숫자가 늘어나면, 각 공급자가 생산하는 수량은 전체수량에 비해 너무나 미미해질 것이다. 그래서 극한의 상태에서는 각자가 생산량의 변화를 통해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쟁이 완전하다면,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의 가격을 받아들일 뿐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처럼 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시장의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급자를 ‘가격수용(price-taker)’라고 부른다. 그래서 경쟁은 특히 완전경쟁은 시장참여자들이 시장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어떤 “상태”를 지칭하게 되었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현실 경제에서 어떤 공급자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이는 경쟁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며, 시장에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징표로 해석하였다. 또 경쟁을 하는 공급자들의 숫자가 소수에 불과하면 이것도 무엇인가 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다루었다.
사실 공급자들이 처한 조건에 따라서는 소수의 공급자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경우도 있고 다수의 공급자들이 생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공급자들이 살아남는다고 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또 소수의 공급자들이 살아남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기능에 무슨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은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경쟁이라는 의미가 경쟁과정을 모두 지난 후의 어떤 상태를 지칭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용어의 혼란은 사고의 혼란을 불러왔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종결과에 대한 분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과정을 다룬 것처럼 착각하고 현실경제에서 최종상태에서 바람직해 보이는 특징들을 보이지 않으면 이를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격은 언제나 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책정하는 것이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시장”은 아무런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떤 가격에 공급할 것인지는 판매자들이 결정한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가격의 형성에는 물론 공급자들 이외에도 수요자들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무리 공급자들이 특정 가격에 팔고 싶어도 수요자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제안은 시장가격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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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간의 선두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한국 한식 뷔페 시장에서는 CJ푸드빌의 비비고계절밥상과 이랜드의 자연별곡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CJ푸드빌 '비비고계절밥상'의 내부. |
균형분석에 치중하고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하면, 공급자들이 가격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마치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우리가 이런 잘못된 판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경쟁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조건들이 변하지 않는 가상적 조건 아래에서 경쟁과정이 지속될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는 ‘경쟁의 결과’라는 용어로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고전학파가 경쟁을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행위로 보았다는 점에서 고전학파는 이런 오류에 빠질 위험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고전학파는 경쟁을 중력(gravity)과 같은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경쟁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투입비용인 “자연가격” 수준으로 끌어당겨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특정 재화의 생산에 들어가는 투입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그 정도가 시장가격을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특정 재화의 단위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느냐가 그 재화의 가격을 결정한다. 멩거를 비롯한 소위 효용이론을 기반으로 한 경제이론은 고전학파의 비용 중심의 사고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윤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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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간의 선두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한국 한식 뷔페 시장에서는 CJ푸드빌의 비비고계절밥상과 이랜드의 자연별곡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이랜드 '자연별곡' 목동점. |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선택받기 위해 기업들은 언제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남보다 먼저 알아내고 이를 충족시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서 남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제공해야 비로소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바로 이런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다. 시장에서 공급자들 사이의 경쟁이란 바로 이런 의미의 경쟁이며 이는 쉼 없이 계속되는 과정이다.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