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코로나19와 자국보호주의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걱정이 큰 재계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법·규제 개정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경영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계는 기술자료 입증책임 부담 전환, 제재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력법 입법예고안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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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입법예고안은 △기술자료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손해배상소송 자료제출명령권 신설 △손해액 산정‧추정 근거 마련 등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중심 제도 도입이 주요 내용이다.
경제계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기업간 갈등 확산, 협력 저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이 나온다.
전경련은 기술자료 입증 책임의 전환과 분쟁조정 요청으로 중기부 직접제재가 가능해지면 수‧위탁기업간 갈등이 확산되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되어 기업의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상생법에 도입된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는 과거 특허법에 도입될 때 정부 자료에 명기된 대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도다.
민사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위반 행위의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에게 있는 것이 원칙이다. 정보의 비대칭 등으로 상대방의 고의‧과실 입증이 사실상 극히 어려운 분야에 한해 예외적으로 피고에게 죄 없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데다 비밀로 관리돼 권리를 주장하는 수탁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으로 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된다. 위‧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모든 통신내용 등 거래증빙자료를 기록 관리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 발생 외에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동 기술개발 등 대‧중소 협력관계가 위축되고 거래처를 오히려 해외업체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밖에 △한번 맺은 거래처를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려워져 계약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기존 중소기업만 보호할 뿐 새로운 기업의 출현과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타법에도 이미 기술유용 규제가 다수 도입되어 있어 규제가 중복되고 동일 사안에 중복제재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입법예고안은 수‧위탁거래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중기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당사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0만원 등 직접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전경련은 “분쟁조정이 당사자의 자발적 의지와 쌍방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조정권자의 시정명령에 대해 형벌권 등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어 분쟁조정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했다.
이밖에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상생법이 조사시효와 처분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십년전 과거 사건까지 당사자의 분쟁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시정명령과 중기부 처벌이 가능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입법예고안에 대해 “기술유용 문제는 다양한 연관 법령의 운용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인 반면, 입증책임 전환 등 새로운 제재 강화는 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코로나 발 경제충격을 극복하려면 상생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간 상생과 협력을 지원하는 법‧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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