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20~40% 지분 취 득 후 20~30년간 나머지 지분 나눠 취득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새로운 주택 브랜드를 런칭하며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공개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을 구체화 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주택 브랜드가 수요층에게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나오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H는 지난 12일 신혼부부와 3040세대를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개발한 분양주택 모델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포함한 3개의 신규 주택 브랜드를 공개했다. 시장은 전매 제한과 거주 이전이 어렵고 시세 차액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SH는 이번에 공급한 주택 브랜드는 △2030세대를 위한 '청신호주택' 및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도전숙' △3040세대를 포함한 실수요자를 위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5060세대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연금형 주택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택공급 체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정부와 서울시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분양주택 모델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한 브랜드는 '연리지홈'으로 정해졌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서 입주자들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20~40%를 내고 소유권 지분의 일부를 우선 취득한 뒤 20~30년 동안 잔금을 나눠 내며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입주자들은 첫 지분 취득 시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지분 분양가 40%를 선택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통해 분양가의 약 16%까지 대출이 나올 수 있다.

SH 관계자는 "연리지홈은 최근 급증한 패닉바잉 현상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패닉바잉은 시장 불안에 의한 공포심에 따른 매수를 뜻한다. 하지만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학군이나 이직‧이사 등 불안정한 변수가 많은 3040세대들에게 20년이 넘는 사실상의 실거주 의무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예비 청약자는 "도중에 세를 주거나 이사를 가는 것이 불가능 한 상태에서 20~30년 잔금을 치르며 거주한다는 것이 족쇄가 될 수 있어 선뜻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분을 못 채우고 퇴거 시 시세에 대한 이득이 없고 예금 금리 수준 차액도 공공과 나누게 돼 자산증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높은 주택 가격 부담을 낮춰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혜택이 얼마나 많이 돌아갈 지는 공급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매도 권한을 준다던지 타인에게 매도할 수 있는 경우를 마련한다던지 실거주자들의 변수를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시세 차액을 환수할 때도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세심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이 로또분양을 예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이번 연리지홈 브랜드 런칭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자산 증식이 필요한 젊은 세대가 주택을 분양 받을 때는 시세 차액을 염두 해 둘 수밖에 없다"며 "주택 브랜드를 런칭하고 흥행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시세 차액이 안나 로또분양이 불가능한 모델로 알려진 연리지홈이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자들이 민간분양의 일반 건설사 브랜드와 연리지홈 중 선택을 하게 될 경우 전매 제한이나 거주 이전이 어려운 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입지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면 유인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SH는 이날 청년층을 위한 1인 창조기업 및 예비창업자를 위한 직주일체형 창업지원주택 '도전숙'을 정비한 새로운 주택 브랜드도 발표했다. 도전숙은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라는 뜻으로 SH는 이번 주택 모델의 이름을 '에이블랩'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서울 성북구를 시작으로 현재 은평구, 성동구, 서대문구 등 10개 자치구에 563호가 운영 중이며 입주자는 최고 6년 간 거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5060대 장년층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연금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모델 '누리재'도 공개됐다. 주택의 노후화와 집주인의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 중인 저층노후주거지 특성에 맞춘 모델이다. 자율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는 60세 이상의 노후주택소유자가 원할 경우 기존 주택을 공공에 매각 후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 하면서 매각대금에 이자를 더해 10~30년 동안 연금으로 분할 수령할 수 있다.

SH는 "연금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월지급금 시뮬레이션 결과 종전 자산 지분이 작거나 비례율이 낮아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는 고령자도 경제적 손실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SH는 이날 공개된 3개 분양 모델의 분양 방식, 일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토부 등의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추후 발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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