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신용대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가계 신용대출 증가세가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할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누르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최근 신용대출로 몰리고 있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신용대출 증가세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당장 신용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지 않겠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이 지속될 경우 금융사의 대출 규제 준수 여부 점검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용대출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는 최근 가계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7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주담대는 7월들어 증가폭이 4조원으로 둔화됐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인 가계 기타대출이 3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전달(3조1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지난 2019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월별 증가폭이 가장 컸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3월 113조1194억원, 5월 114조6858억원에서 7월 120조1992억원으로 대출잔액이 껑충 뛰었다. 8월 13일 기준으로 대출 잔액은 121조488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이달 신용대출 증가폭은 3개월 연속 2조원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5월에서 7월 대출잔액이 크게 뛴 것은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주담대를 옥죄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규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대출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를 역전하면서 ‘패닉 바잉’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 수준으로 주담대 금리(연 2.03~4.27%)를 역전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금리 하락 속도가 주담대보다 신용대출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당분간 신용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신용대출을 규제하진 않겠지만,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용대출 규정 준수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사정이 어려워서인지, 주식 투자, 혹은 부동산 투자용인지 신용대출의 성격을 아직 파악할 수 없어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