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1차 팬데믹(Pandemic·대유행) 당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2~3월 대유행을 견뎌냈지만 다시 3월 초로 돌아간 모양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97명이었고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88명이었다. 지난 3월 8일 367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일주일 사이 157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전국적으로 7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주 들어 관심의 초점은 이번 2차 팬데믹을 주도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로 쏠리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0일 정오를 기준으로 하루만에 568명에서 676명으로 늘며 확산 추세가 소폭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광화문 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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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의 모습.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10여명이 이날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도권 확산세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
8월 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투입됐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3명이 20일 신규 확진자로 판정나면서 '보이지 않는 위험'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9일 정오 기준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총 53명이다. 전날 10명이었으나 하루만에 43명이 늘었다.
53명 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33명이다. 나머지 20명은 감염원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광화문 집회가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평균 5.2일에 달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광화문 집회가 확산의 주범이 아니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방역당국에 따르면 집회에 참석했다가 각 지역으로 돌아간 후 확진자로 판명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당장 경북 4명·부산 2명·경기화성 2명·경기 안성 1명·강원 춘천 1명·충북 청주 1명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 참석자들이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전세버스 예약자 명단을 구해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고 있지만, 전세버스 인솔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탑승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명단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자 4066명 중 404명은 방역당국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원정보가 허위이거나 주소불명에 연락이 불가한 상황이다.
광화문 집회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3사는 집회 당시 근처 기지국의 접속정보를 제출하기로 했지만 휴대폰 보유자가 전원을 꺼놓고 집회에 임했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안전재난문자를 발송하고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집회 참석자가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어, 뾰족한 수가 없다.
일례로 경북 울산지역 집회 참가자는 총 500여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정부가 지난 17일 행정명령을 내린 후 자진해서 검사를 받은 사람은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광화문 집회에 동원된 전세버스는 총 79대로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실제 집회 참석 인원은 2만명 이상이라는 추정도 있어 확진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들 환자들이 총 9개 시도에 걸쳐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 60대 이상 고위험군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집회 참석자들의 자발적인 진단검사와 철저한 개인 방역이 전국적인 2차 대유행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힌다.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이날 "본인 스스로와 가족, 친지의 안전을 위해 신속한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집회 참석자들은 즉시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 받길 재차 촉구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