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무상보육 불똥…'어닝쇼크' 기업, 조폭 자릿세 한가지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확대, 과연 가능할까. 무상보육·무상급식을 둘러싼 여-야간, 중앙-지방정부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원확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부담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법인세 인상논의의 문제점과 지속가능한 복지제도를 검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1. 복지파탄에 불거진 증세론

파탄 난 무상복지를 놓고 빚어진 네탓 공방이 증세 논쟁으로 바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먼저 제기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예산심의가 진행되던 와중에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증세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며 ‘선 부자감세 철회, 후 증세’라고 말했다. 기존 당론에 입각했지만, 증세론을 기정사실화로 몰아가는 전략으로도 비친다.

새누리당은 시기가 아니라며 증세론에 일단 부정적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증세에 동조한다. 여야 간 ‘증세 빅딜설’이 점점 커지는 배경이다. 여당의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과 야당의 법인세 인상을 맞교환해 모자란 복지재정을 메우자는 것이다. 여야 모두 과도한 복지를 줄이기는 싫은 것이다.

여야가 결국 경쟁적으로 추진해왔던 무상복지의 함정에 걸렸다. 그러나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류다. 감세가 당장의 정부 재정수입을 줄여도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여력이 늘면서 세수를 되레 늘린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잘 봐야 한다. 1달러의 증세가 GDP를 3달러 감소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실증적 견해도 참고할 만하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개최한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확대, 과연 가능한가> 토론회의 전경.

2. 기업들 입장에서 본 법인세 인상

국가의 조세권 행사가 조폭의 자릿세와 닮았다는 주장도 있다. 정주형 조폭은 상인들의 사업이 번창해야 자릿세를 더 걷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갈취하는 반면, 이동형 조폭은 다시 올 일이 없으니 약탈적으로 갈취한다는 것이다. 최근 증세론은 조폭보다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인세 인상론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것이다. 올해 들어 기업마다 ‘어닝 쇼크’인 상황에서 또다시 제기되는 증세론이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를 철회하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식의 판에 박힌 구호자체가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으로 재정에 어려움이 커졌다. 재작년 2조8000억원, 작년 8조5000억원, 올해도 10조원 이상 세수 부족이 확실시된다. 올해 기업실적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니 내년에도 법인세 미달 쇼크가 뻔하다. 세금을 내기도 힘든 판에 제기된 법인세 인상론이다. 완전히 역주행이다. 일본은 법인세율을 내년 2%포인트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5년 내 법인세를 5%포인트 내리는 감세 드라이브로 가는 중이다. 지금 기업 증세로 가면 빚으로 20조원 늘려잡은 슈퍼예산도, 경기회복 마중물 효과도 도루묵이 된다.

3. 기업 환경 어느 정도인가. 뚝뚝 추락하는 기업 실적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상장회사들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순이익은 간신히 플러스였지만, 증가율이 겨우 0.36%에 불과했다. 코스닥 기업들은 순이익마저 마이너스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악화 추세의 실적에 대해 산업계는 어닝쇼크라고 한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왔던 축이 흔들린다.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마저 감소세로 반전됐다. 기업들이 본업에서조차 동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축소로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현대차도 주요 해외시장 점유율이 정체 내지 하향세로 꺾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포스코 SK LG화학 등 주요 간판기업들도 상반기에 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줄줄이 하락세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모두 비상이다.

한국의 기업은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 처해있다. 법인세를 인하했더니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이익만 챙겼다고 비판하지만, 지금은 그 이익조차 끊길 지경이다. 기업이 이익을 못 내는데 세율만 높이면 세수가 증대되나. 또 배당과 일자리는 어디서 나오나. 이대로 가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개최한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확대, 과연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왼쪽부터).

4. 단골메뉴 된 부자감세 철회 주장, 과연 맞나

우리 사회 일각의 단골메뉴 중 하나가 부자감세 철회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의 부자감세 기조 때문에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고 세수도 줄어들었다는 논리를 편다. 따라서 담뱃값이나 지방세 등을 올리는 대신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세수도 늘고 서민 부담은 줄어드는 한편 사회정의도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주장인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MB 정부 첫해인 2008년부터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까지 대기업의 세부담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10조9000억원 늘어났다. 2008년에만 23조7000억원 줄었을 뿐, 이후 지속적인 세법개정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세부담이 늘어났고 기간 전체로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증세가 이뤄졌다. 반면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2008년부터 총 30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소득세도 고소득층(상용근로자 평균 연봉의 150% 초과 소득자)의 세부담은 2008년에만 28조3000억원 줄었을 뿐, 이후 5년간 32조원의 증세로 지난해까지 순증세액이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중산층 이하의 세부담은 같은 기간 30조6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의 통계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지난 6년간 부자감세가 아닌 부자증세가, 서민감세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한다. 이들이 말하는 부자감세는 MB 정부 초기 법인세율 3%포인트, 소득세율 2%포인트를 각각 내린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당시 법인세는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인하됐다. 소득세율 인하도 과표 8800만원 이하 소득자만이 대상이었다. 그보다 돈을 많이 버는 ‘부자’들은 대상이 아니었다. 더욱이 지난 정부 이후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최저한세율의 인상과 각종 감면제도의 폐지 등으로 되레 늘었다.

5. 미국 중간선거 공화당 승리의 시사점

근래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다.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레임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오바마노믹스에 대해 쌓여있던 미 국민의 불만이 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재정절벽, 연방정부 셧다운 충격에다 버핏세로 불리는 고소득층 과세 강화, 포퓰리즘 논란을 샀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일자리 순증 효과가 의문시되는 최저임금 인상 추진 등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새로운 미국(American Renewal)’이란 캐치프레이즈로 감세 등을 표방했다.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