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애플)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소비자 후생 증진과 중소사업자 상생을 위한 자진시정안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24일 애플이 제시한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공개하고, 25일부터 40일간 해당 안에 대한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총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해주고, 보험상품인' 애플케어 플러스'에도 10% 할인을 적용한다. 

애플케어나 애플케어 플러스를 구매한 아이폰 사용자가 요청하면, 구매금액의 10%를 돌려준다.

애플은 여기에 250억원을 투입해 이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할인서비스를 이어가는데, 소진되려면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400억원을 들여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정 최신 장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 방안의 이행 기간(3년)이 끝난 이후에도 센터 운영 등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약 200명의 학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개발자 아카데미 운영에도 2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비즈니스, 마케팅, 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이용 경험(UX) 등을 교육하고 글로벌 회사 네트워킹, 진로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대학과 스타트업 등과의 협업, 초·중등 학생과 노년층 기초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혁신학교와 특수학교, 다문화가정 아동 등 교육사각지대, 도서관과 과학관 등 공공시설에 디지털 기기와 교육을 지원하는 데는 100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면서 애플은 '갑질' 논란을 일으킨 이통사 광고기금 등에 대한 시정방안도 제시했다.

광고기금은 공동의 이익 추구와 파트너십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광고 관련 비용에 대한 분담 원칙을 계약서에 명시하며, 매년 집행되지 않은 광고기금에 대한 처리 방식도 합리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이통사 광고기금 중 일부는 이통사에 자율권을 주고 광고계획, 광고 승인절차 협의 절차를 개선하며, 애플과 이통사 합의 시 광고 외 다른 마케팅을 허용한다.

무상 수리 촉진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가 부담하는 조항, 일방적 계약해지권 조항은 없앴다.

최소 보조금은 관련 법령상 이통사 요금할인 금액에 상응하도록 조정하고, 보조금을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서로 협의하는 절차를 도입했으며, 이통사가 최소 보조금 조항을 집행하지 않았을 때 적립하는 사업발전기금(BDF) 조항도 삭제했다.

또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특허 분쟁을 방지하면서도, 이통사와 애플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로 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사업자가 제시한 자진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애플이 마련한 자진시정안이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고 중소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소비자를 포함한 전체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공정위는 오는 10월 3일까지 40일 동안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어 자진시정안에 반영한 뒤, 전원회의에 이 안을 올릴 예정으로, 전원회의 심의 후 의결되면 동의의결이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전원회의에서 자진시정방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 동의의결 절차는 중단되고 제재 심의가 다시 시작된다.

앞서 공정위는 애플이 무상수리 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고, 보조금 지급과 광고 활동에 간섭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지난 2018년 4월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그해 12월, 2019년 1월과 3월 등 3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을 심의했고, 애플은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