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코로나19가 한국 산업의 중심에 다시 들어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 공장부터 R&D 캠퍼스, 본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재계는 1차 대유행 기간 실험한 새로운 근무방식과 방역 대책 등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와 수원캠퍼스에서 민간 기업 최초로 코로나 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구미·광주 지역에도 검사소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가족돌봄휴가 무제한 사용과 사내외 집합교육 제한 등의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모든 사업장 및 건물을 대상으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사업장 간 출장 및 대면회의, 집합교육, 단체 회식 등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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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직원이 화성캠퍼스에 설치한 코로나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업계도 코로나19 철통 방어벽을 치고 있다. 클린룸 운영으로 집단 감염의 가능성은 적지만 하루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반도체 공장이 바이러스로 잠깐이라도 멈춰지면 수백억의 손실이 난다. 또 제품 수율을 위해 세팅해 놓은 값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방진복과 방진모, 방진 장갑, 안전화 등을 상시 착용하도록 하고 통근버스 마스크 착용, 대면 회의 지양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대차 양재동 사옥은 본인이 근무하는 층 이외 이동을 자제하도록 하고 국내외 출장과 집합교육을 중단한 상태다.
재택근무 비중도 늘리고 있다. 현대차와 SK, LG 등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지난주부터 상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10%대의 재택근무율을 필수 직군은 20%, 그 외 직군은 50%까지 늘려 실시하고 있다. 재택근무 시에는 지난 2~3월 1차 대유행 기간 강화한 자사 화상 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업무를 진행한다.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새로운 근무방식을 영구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통 자사의 화상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구글이나 줌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더러 있다"며 "처음에는 파일 전달도 어렵고 원활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앞선 경험 때문에 젊은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도 비대면 근무 방식에 익숙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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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바이러스 대응에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주 월요일 진행하던 체온 검진을 일일로 전환했다. 또 건물 내 화상 회의실을 마련하며 비대면 소통 창구를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모든 사업장에 외기 공조 시스템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안면인식 열화상 출입 게이트를 기존 7개에서 22개로 늘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같은 대응 체계는 재확산된 코로나19를 마냥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두며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LED 기술동에서는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LG전자 R&D캠퍼스 어플라이언스 연구소와 서초 R&D캠퍼스에서는 각각 직원 1명이 하루 차이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SK그룹은 서린동 사옥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이날 사옥 전체를 폐쇄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SK그룹 본사에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SK, SK이노베이션 등 해당 사옥에 근무하는 전 직원을 재택에 돌입했고 이날 그룹의 공지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에서도 각각 확진자 1명이 나왔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 특성상 재택 근무가 여의치 않아 선제 대응을 통해 방역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1차 대확산 당시 마련한 코로나19 대응 메뉴얼에 주의를 경각시키는 수준의 가이드를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때처럼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안 왔지만 빠른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사업부별로 우려하고 있다"며 "그동안 실험한 일하는 방식, 방역책 등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이를 정착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 과제"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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