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거덜 위기…생계·일자리 직격탄 맞은 어려운 사람에 '선별적 지원'해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는 가운데 지원 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일부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국민 분열'이 초래된다면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지원을 하는 '보편 지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난한 사람들, 생사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에게 '선별적 지원'을 해서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란 5분 연설로 스타가 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난지원금은 경기 부양이 아니라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생계나 실업에 대한 근심 없이 '우리 회사는 이번 주 재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려운 이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이 '한우'나 '안경' 구매 등을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할 수 있을 지는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보편 지원'을 주장하며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선별지급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는 목적이 아니라 경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윤희숙 의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여겨진다.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사진 왼쪽)은 2차 재난지원금은 경기 부양이 아니라 '구제'를 목표로 '선별적 지원'을 주장했다. 반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 지급하는 '보편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돈을 줘서 '한우' 한 접시 구워 먹게 하는 것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저소득층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한지 생각해야 한다. /사진=윤희숙 미래통합당·이재명 경기도 제공

이 지사는 SNS를 통해 "지금의 경제위기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 부족"이라면서 "수요역량 강화에 집중해 수요 확대로 경제를 선순환 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는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경제정책으로 이미 고사 직전에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죽지 못해 사는 형국이다. 이런 극단적인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준다고 부자들이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도자가 국민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분열시키지만 않으면 가진 자의 양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2차 재난지원금을 꼭 줘야 한다면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재정상황이 간단치 않다. 올해 3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정부의 총지출이 547조 원에 달했다. 여차하면 600조 원에 이를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면 효율을 택할 수밖에 없다. 불황 속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에게 가능한 최대한 지원을 제공해 그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16일 발간한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원은 전국민 지급보다 저소득 가구에 한층 효과적이며 자산에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의 경우 대출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에는 반하지만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윤희숙 의원이 옳고 이재명 지사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돈을 줘서 '한우' 한 접시 구워 먹게 하는 것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저소득층에게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한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