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사실상 조직지도부장 역할…군 관리 위해 군정지도부 신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통치설까지 불렀던 북한의 새로운 권한 및 책임 분산 통치 체계 속에서 탄생한 ‘군정지도부’가 주목받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 보고에서 북한의 군정지도부 신설과 관련해 “군에 대한 당 통제력 강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군정지도부는 노동당 중심 국가 운영체제 강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직지도부와 함께 군정지도부를 신설해 2개의 당 지도부가 전체 국가 기관을 지도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6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 부장을 1부부장으로 강등시키고, 사실상 김여정 1부부장이 총괄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김여정 1부부장이 군부까지 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군정지도부에서 군과 보위부, 보안성을 지도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과 내각 등 모든 간부의 조직 생활과 인사를 총괄하는 부서로서 당 영도체제의 북한에서 최상위 권력을 가졌다. 전임 부장이었던 리만건이 1부부장으로 강등된 상황에서 김여정에게도 똑같이 1부부장의 직함을 부여해 사실상 최고의 권한을 줬다.  
 
다만 군에서 경험도 없고, 아직 젊은 여성인 김여정이 군부까지 총괄하기 어려우니까 당의 2대 산맥으로 군정지도부를 새로 만들어 군과 보위부, 보안성(사회안전성으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짐)까지 지도하게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정지도부장인 최부일은 과거 인민보안성도 역임해서 군과 사법, 검찰 지도가 가능하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현재 남해에서 북상 중인 태풍 '바비'로 인한 피해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2개 지도부’와 또 다른 ‘김정은 체제’ 특성은 국정운영의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 위원장이 자신과 더불어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를 추가해 5인 체제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로 정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군사 부문에서 최부일 신임 군정지도부장과 리병철 부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분석했다. 리병철은 핵·미사일 개발 담당이다. 즉 무기 개발과 군 관리 부문을 분리해 특정 군부 내 인사에게 힘이 쏠리지 않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서 기존 군 간부들에 대한 당의 통제 역할을 해온 총정치국의 위상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현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상무위원 5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박정천 총참모장보다도 서열상 밀렸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도 밀려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장이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김일성 주석이 6.25전쟁 중인 1950년에 실치한 것으로 알려진 총정치국은 김정일 위원장 때에도 당 차원에서 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2000년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정도로 위상을 떨친 적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2016년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당 중심 체제 전환을 알리면서 총정치국장이 연달아 4개월만에 교체되는 등 잦은 부침을 겪었다.  

대북소식통도 “김 위원장이 군부 힘 빼기를 지속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처럼 군 간부들을 직접 상대하기보다 자신에게 충성도 높은 당의 수장들만 통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치에서 안정감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부를 포함한 국정 운영 전반을 당의 2개 지도부 아래 놓고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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