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로 복지 포퓰리즘 막아야…증세로 해결 경제 망쳐

선거철마다 무상복지 깃발을 흔들어 대던 여야가 연말 예산안 처리와 함께 닥쳐온 이른바 무상디폴트 현상을 두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가 이를 증세 논란으로 비화시키고 있다. 선심으로 포장된 과잉복지는 결국 요람에서 무덤까지 빚을 지우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증세와 미래세대 빚으로 인한 최대의 희생자는 그 누구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다. 지금이야말로 무상복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18일 '과잉 복지 후유증에, 증세 논란이 웬말인가?'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아래 글은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증세로 복지문제 해결되지 않는다

   
▲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무상복지가 결국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은 최근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지자체가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도 내년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증액분에 들어가는 1182억원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은 무상보육 중 어린이집 예산은 내년에 3개월분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내년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이것은 지난 수년간 국민들에게 포퓰리즘을 남발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공짜일 수 없는 것을 공짜로 주겠다며 온 국민을 기만했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주겠다고 한다. 그 사업에 100조원이나 든다고 한다.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과연 국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복지지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하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더 올리고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조세원(tax base)이 현재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조세원이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 하에 세율을 올리면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율을 올리게 되면 조세원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한다. 세금을 올리면 기업들이 외국으로 사업체를 옮기든가, 늘어난 조세부담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치행태는 기업세계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기업가의 장기투자와 혁신활동이 줄고 창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어 조세원이 감소한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에서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쇠퇴함에 따라 실업이 증가한다. 그러면 복지대상자가 더욱 늘어난다.

그래서 실제로는 처음에 예상한 것보다 세수입이 훨씬 적게 되고 지출액은 늘어간다. 결국 세금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돈을 빌린다. 그러면 정부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그것마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재정위기를 겪게 된다.

   
▲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 지경에 이르면 정부는 화폐를 발행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국가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만다. 복지지향국가로 갔던 많은 국가들이 이런 과정을 겪고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런 수많은 실례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고 환상이며,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행위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중요한 덕목이므로 장려되고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이지 정부가 돈을 푸는 복지정책을 통해 이루겠다고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복지정책에는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혜대상자들이 열심히 일할 유인을 감소시켜 오히려 가난 탈출을 어렵게 만드는데 있다. 만약 일을 열심히 더해 소득이 증가하여 정부로부터 받는 수혜금액이 줄어든다면 복지수혜자는 일을 덜 하려고 하는 인센티브를 갖는다. 그렇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지 않아 그의 처지가 개선되지 않거나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가 남의 도움만으로 가난에서 탈출한 예는 없다. 가난에서 탈출한 사람이나 국가를 보면 모두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 경우다. 다만 소년소녀 가장, 무의탁 독거노인, 중증 장애 등 정말 혼자 힘으로만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온정주의에 의해 돈을 쏟아 붓는 식의 복지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더 나은 방법은 정부의 무분별한 복지정책보다는 민간 복지제도다. 민간에 의한 복지 활성화를 위해 외국과 같이 기부금에 대한 조세감면 규정을 정비하고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본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막는 방법은 ‘작은 정부’다. 민주주의에는 포퓰리즘으로 빠질 수 있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고 도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권력이 작아야 한다. 정부의 권력이 크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열심히 일하여 보상받기 보다는 정치적 활동을 통하여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특권을 얻어 이익을 보려고 하는 유인을 갖는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표를 얻어 정권을 잡기 위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 그리고 집권하면 정부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지지한 개인과 집단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제공한다.

그러다보니 정치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개인과 집단의 지대추구 행위가 만연하게 되며, 수혜를 받은 집단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과 농성을 일삼는 혼란한 사회가 된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권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