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위험 비용부담 없어 수수료율 인하 충분,인하 반대는 '적반하장' 비칠 수도

카드사들이 자동차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轉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와 최근 카드 복합할부거래 수수료율을 기존 1.9%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번에 인하된 수수료율은 KB국민카드가 취급하는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같다. 다른 카드사들은 KB카드 수준의 수수료율 인하는 수용할 수 없다며 현대차와 대결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관건은 복합할부금융상품의 거래수수료율을 도저히 낮출 수 없는가에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 상품의 특성상 수수료를 체크카드수준으로 더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입장에선 돈을 떼일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신용카드처럼 신용불량자등으로 인한 대손상각위험이나 비용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복합할부금융은 돈을 예치한 만큼 결제를 할 수 있는 체크카드와 비슷하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카드 현대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은 사실상 100% ‘안전빵’ 거래를 해온 셈이다. 이는 복합할부금융의 거래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고객이 카드결제로 자동차를 살 경우 결제일 다음날 캐피탈업체로부터 결제액 전액을 지급받게 되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신용공여기간이 불과 하루뿐이다. 일반 신용카드의 신용공여가 45일이나 되는 것에 비해선 리스크가 없다.

현대차가 그동안 카드사에 대해 복합할부금융상품 수수료율을 0.7%로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은 거래의 안전성 때문이었다. 카드사들이 그동안 1.9%의 높은 수수료율을 가져간 것은 사실상 불로소득(不勞所得)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불만을 갖는 것은 복합할부금융상품이 한국에만 있고, 수수료율도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계열 캐피탈사를 통해 자사 자동차를 판매한다. 르노삼성 등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들은 최근 박근혜정부와 정홍원 국무총리와 만나 규제혁파차원에서 이 상품의 과도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금융위도 이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소비자 혜택 축소 운운하며 맞서는 것도 소비자를 볼모로 ‘내몫’만 챙기려는 ‘과잉엄살’로 보일 수 있다.

카드사들도 업계평균 신용카드 수수료율 수준인 1.9%보다 복합할부 수수료율이 낮게 책정되는 것에 대해 카드수수료율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이 낮아진 만큼의 부담을 자동차구매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강조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3월에 공정위에 불공정거래로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 카드업계가 자동차업계의 복합할부 금융상품 수수료 인하요구에 반발하는 것은 자칫 모럴해저드로 비칠 수 있다.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고객이 결제한 후 캐피탈사가 하룻만에 결제대금을 전액 상환해주기 때문에 대손위험과 비용부담이 전혀 없다. 이를 감안하면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수료수준(1.9%)으로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주장이다. 현대차 염곡동 본사 전경.

카드사들의 공정위 제소설및 수수료율 인하분의 고객 전가 움직임은 자칫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비쳐질 수 있다. 이 상품의 거래구조를 보면 카드사들이 그렇게까지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복합할부금융상품은 고객들이 할부금을 최종적으로 캐피탈사에 갚는 점이 특징이다. 카드사가 중간에 끼여들 이유가 없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신용카드 결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단순히 중간거래 단계만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가공거래(架空去來)에 해당한다. 카드사입장에선 자동차할부 결제 때마다 별다른 노력이나 마케팅비용이 없이 수수료를 챙기는 셈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 반발하거나, 수수료율 인하분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은 자칫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비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전에 ‘오토캐시백’이란 편법상품으로 자동차업계의 불만을 초래했다. ‘오토캐시백’은 카드사가 고객들로 하여금 현금을 미리 카드사 계좌에 먼저 입금하게 하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토록 하는 상품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카드사들이 이같은 수법을 통해 카드수수료를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0년 카드사들의 이같은 유사수신행위및 가공거래로 인한 가맹점수수료 편취를 문제삼아 폐지시켰다.

자동차업계는 당시 카드복합할부금융상품도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드사에 가공거래를 통한 불로소득만 안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이 상품의 폐지에 반대했다.

현대차가 KB카드와 갈등을 불사하며 복합할부수수료율 인하 협상을 벌여 타결지은데는 자동차업계의 누적된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복합할부금융거래의 수수료 분배구조를 보면 수수료율 인하분을 고객에게 부담지우겠다는 카드사의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드사가 자동차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1.9%)는 카드사 0.33%, 캐피탈사 0.37%, 영업사원 수수료 1.0%, 고객혜택 0.2%로 나눠진다.

카드사가 그동안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요인으로 주장해온 직접적인 고객혜택은 전체 수수료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이 0.2%에 불과한 대고객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카드고객들과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 수입차업계도 박근혜정부에 대해 복합할부금융 상품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이의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처럼 복합할부상품 수수료가 높으면 한국에서의 판매및 영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는 자칫 통상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다. 벤츠가 다양한 할부금융상품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불만이 워낙 큰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와 캐피탈업계도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객에게 주는 기존 혜택은 유지하면서도 마케팅 비용 축소등을 통해 수수료율 인하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카드사들이 계속 ‘과잉잉살’을 부린다면 복합할부금융상품 거래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카드복합할부 수수료갈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확대돼선 곤란하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현대차와 기아차만 모래주머니를 차고 글로벌 경쟁에 나서게 해선 안된다. 일본 도요타와 닛산 혼다, 독일 벤츠 폭스바겐 BMW, 미국 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는 카드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가 없다.

현대차와 카드사들이 대승적인 입장에서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 수수료 타협점을 찾았으면 한다. 카드사들이 내몫만 챙기겠다며 고객에 대한 혜택을 없애려 한다면 고객을 존중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