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충격에도 불구하고 교보증권이나 현대차증권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오히려 상향조정 되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중심의 사업구조가 다소 침체된 가운데 일찍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던 중소 증권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영업 중인 중소형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교보증권과 현대차증권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마찬가지로 두 회사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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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등급 상향 사유를 보면 두 회사에 대한 시장 안팎의 평가를 엿볼 수 있다. 나이스신평은 보고서에서 “(양사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리스크 관리 강화, 자본 확충 통한 자본적정성 개선 등을 반영해 등급을 올렸다”고 등급상향 사유를 명시했다.
안나영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교보증권에 대해 “IB 중심의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낮은 배당성향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유보를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교보증권이 지난 6월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키며 1조 2000억원 규모의 자본력을 갖추게 된 점도 주효했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규모 역시 지난 2017년(7913억원), 2018년(8338억원), 2019년(9886억원)까지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6월말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확충하면서 사업포트폴리오 강화 및 시장지위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순수익 점유율은 1.9%로 과거 3년간 평균 1.5% 대비 올라갔다. 자산구성도 저위험자산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주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현대차증권에 대한 보고서에서 “IB 및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견고한 실적과 유상증자 이후 레버리지 확대, 유동성 여력을 활용한 단기금융상품 운용 등을 바탕으로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의 약진은 코로나19의 ‘습격’을 받고도 선전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생존전략을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비록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증권사들은 파생결합증권 운용규모와 헤지방식, 위탁매매 수익비중, IB부문 사업역량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사들이 초대형IB 중심의 경영전략을 구사한다면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일찌감치 자산관리(WM) 부문에 특화해 글로벌 사업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 확립에 나섰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디지털 자산관리에 역점을 두면서 올해 1분기에 기록했던 적자를 2분기에 곧장 만회했다. 하이투자증권 또한 모기업 DGB금융지주와의 협업 체계를 구성하면서 WM부문을 강화시키는 추세다.
업계 한 관게자는 “작년과 올해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을 연이어 시도하며 자본적정성을 개선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과거에 비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만큼 보다 안정적인 구조 안에서 대형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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