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주장만 하다 때 놓쳐…야당·공무원 대안부터 제시해야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민의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낸 돈의 1.7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은 자신이 낸 돈의 2.4배를 받는다. 당장 공무원연금의 누적 적자는 9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올 한해만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 2조 50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의 공무원연금 체계를 유지하려면 향후 5년 동안 18조 4000억 원을 국민 세금에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19일 '공무원 연금, 이번에야말로 바로 잡아야'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아래 글은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이익집단의 표가 아닌 국민의 표를 바라보는 정당에 대한 기대

   
▲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1. 공무원연금 개혁 거부는 정당화되기 어려워

새누리당은 연내 개혁을 목표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개혁안에 대해 예상대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가 반발하고 있다.

사실 국민들의 혈세를 더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지금과 같은 연금구조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재 공무원 퇴직자는 월평균 219만원의 연금을 수령하는데 이는 국민연금 수급액 84만원의 3배에 가깝다. 문제는 수령액의 차이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는 공무원들의 연금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낸다는 데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을 위해 올해 2조5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2020년에는 6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단지 이런 세금이 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을 바탕으로 한 새누리당의 안은 공무원을 신규 임용자와 재직자, 퇴직자로 나누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016년부터 임용되는 공무원들의 경우, 국민연금처럼 매월 소득의 4.5% 납부, 생애소득의 40%를 받도록 해서, 국민연금과 동일한 부담과 혜택을 받게 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적자발생의 소지를 막는데다 신규임용자도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공무원이 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일종의 계약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우수한 인재들의 공무원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것이다.

   
▲ 지난 18일 경기 수원 새누리당 경기도당사 앞에서 경기지역 공무원단체 등이 공적연금 파괴! 졸속적 연금개악!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를 가진 뒤 농성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며 몸싸움을 빚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재직자와 퇴직자들이다. 이들로서는 연금 상품의 재설계에 따라 기존의 연금상품이 연금수령액이 줄거나 ‘더 내고 덜 받는’ 상품으로 변경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연금수령액이 작아지는 퇴직자들에게는 노후생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재직자들로서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상품은 실질소득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재직자와 퇴직자들의 반발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그 어떤 연금상품도 설계가 잘못되어 기여금의 적립보다 연금액이 과도하여 줄 돈이 없게 되면, 결국에는 그 가입자들도 부실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이 점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직업을 선택한 셈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전공노는 “현행 공무원연금보다 후퇴하는 어떤 개혁안”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더 적은 사람들의 세금으로 소득이 더 높은 사람들의 연금의 적자를 메우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국민들도 납득하지도 않는다.

또 현실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정부도 디폴트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연금도 ‘약속’이며 현실적이지 못한 약속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공무원노조도 이해하였으면 좋겠다. 전공노는 새누리당의 방안대로 하더라도 공무원연금에 투입되는 국민의 혈세가 줄어들 뿐 여전히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상기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까지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신규 임용 공무원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으므로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상황의 개선에는 크게 미흡했었다. 현재 새누리당이 시도하는 개혁방안은 더 적극적으로 퇴직자들과 재직자들의 연금상품도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개혁적인 탓에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여기에서 물러선다면 이런 방안을 꺼내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켜야, 다른 개혁들을 성공시킬 추진력을 얻게 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에 이 정권의 모든 개혁들이 걸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서 모든 정치력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

2. “이익집단의 표가 아닌 국민의 표”를 믿는 정당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 무산 직후,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은 “공무원의 표가 아니라 국민의 표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매우 신선하게 들리는 까닭은 정도(正道)를 걷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 어렵고 더구나 현직 국회의원인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은 새누리당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을 중심으로 한, 공공선택학파는 민주주의 다수결에 대해 두 가지 흥미로운 가설들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는 중위 투표자(median voter) 가설이며 다른 하나는 “집중된 이익과 분산된 비용” 가설이다.

첫째 가설은 각 장당들이 선거에서 내세우는 정책들은 정당들이 최대다수인 중위자들이 지지할 정책들을 제시한다고 예측한다. 두 번째 가설은, 소수의 강력한 이익집단의 이익이 다수 국민들의 이익을 해치면서 실현되기 쉽다는 예측이다.

소수여서 쟁취된 이익을 나눌 때 많이 얻을 수 있고, 이의 쟁취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비용을 거둘 때 무임승차자들을 배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강력한 소수의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에게 집중된 이익(concentrated benefit)을 만들어 내고, 조직화되기 어려운 다수의 국민들에게 조금씩 분산된 비용(dispersed costs)을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이 가설의 예측처럼 공무원 노조는 연금개혁 저지를 위한 투쟁자금 100억 원 모으기에 나섰었다. 아마 상당히 큰돈을 모았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다는 점이 이 가설의 조건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 사실을 정당들이 충분히 인지한다면, 아마도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소수의 이익이 관철되는 역설이 벌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소수의 강력한 ‘이익집단’의 문제가 국민들의 눈에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이다. 그럴 경우 ‘이익집단의 표가 아니라 국민의 표를 믿는’ 정책은 정책홍보만 잘하면 더 많은 표를 얻는 정치적으로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럴 용기와 정치적 추진력이 있느냐이다.

   
▲ 공무원연금 개악 및 무상보육, 무상급식 후퇴 저지를 위한 전교조 지도부 농성 기자회견이 열린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3. 야당도 대안을 제시하길

야당은 계속해서 한편으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무원노조를 두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야당에서는 말하자면, 공무원의 표는 확실히 얻으면서 국민들의 표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영민하다. 이런 양립할 수 없는 전략에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다.

야당은 여당의 개혁안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때 비로소 야당이 얼마나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지 혹은 공무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4. 모든 공적연금들이 연계된 개혁의 추진은 실기(失機)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야당은 공무원연금의 개혁 문제는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의 개혁 문제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일정, 반대세력의 집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를 무위로 만들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야당이 정말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의사가 있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규모가 작지만 달성시키기가 쉽지 않은 일이 있는데, 이 일을 잘 해내려고 하지 않고, 비록 연관은 되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은 개혁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개혁의 판을 넓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5. ‘사회적 합의체 구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론’도 실기(失機)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야당은 계속 공무원노조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해서 그 속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공적연금들의 연계 개혁 추진’ 주장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기회를 놓치게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 조직을 구성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는 데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들만 난무할 뿐 전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시한을 정해놓고 그 시한 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정부안으로 한다는 식의 제약이 없다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성이 없는 공무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공무원노조는 아마도 합의의 지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논하기에 앞서 각 단체들, 예를 들어 공무원노조도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 대안에는 당연히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공무원연금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언제 어떤 경로로 그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6.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문가간담회

지난 7일 비록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주’와의 간담회가 파행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17일 퇴직공무원들로 이뤄진 ‘전국 공무원연금수급권자 총연합회’에 어려운 부탁이지만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협조를 요청하였다. 물론 아직 이들의 명시적 협력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지도부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연내 처리 요구에 대해 여전히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내처리가 어렵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17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전문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군사작전을 하듯 처리하는 데 반대한다고 했지만, 연금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안의 개혁안에 대해 재정안정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이다. 조만간 새정치민주연합도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당안에 비해 과연 얼마나 재정안정성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인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정말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할 생각이 있다면 하루빨리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7. 결론: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의 중요성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여기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후퇴한다면, 모든 개혁의 동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에 이 정권의 모든 개혁들이 걸려있다는 각오로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에 모든 정치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평행선만 달리게 될 ‘사회적 협의체 구성과 사회적 합의’라는 허구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주장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자체가 무산된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